처음엔 인기작이라 눈에 띄었다. 나중엔 제목을 보고 줄거리가 궁금해졌다. 첫 화만 가볍게 본다는 걸, 순진한 쌍둥이 동생을 꾀어내 그의 몸을 욕망하는 어딘가 불완전해 보이는 누이, 아길라란 매력적인 캐릭터에 끌려 순식간에 해치워버렸다.
샴쌍둥이로 태어나 죽을 운명이었지만 생을 누구보다 갈망했던 아이. 한 아이라도 온전히 살리기 위한 부모의 기대로, 동생의 신체와 분리 수술을 받았을 때 그들이 동생을 선택함으로써 불편한 신체로 버려졌던 아이. 아길라가 이 모든 사실을 알고 부모로부터 등을 돌린 후부터 소설은 전개된다.
애초에 한 몸이었기에 서로 애틋하고 친밀했던 남매지만 누이가 엇나가면서 에녹은 집안의 희망이자 기둥으로 대접받으며 성장하고 각자의 위치가 더욱 대조되기 시작한다. 아길라는 일차적으로 부모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저택 내에 문제를 일으키고 화재와 상해로 부모의 신체 일부를 훼손하기까지 한다.
자식을 버린 부모이기에 그들은 딸이 받은 상처를 똑같이 돌려받아야 마땅한 것일까. 아길라는 자신을 마치 괴물처럼 경멸하는 아버지에게, 불쌍한 동물을 보듯 연민하는 어머니에게 에녹이 받는 것만큼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 없다. 그렇다면 그녀가 부모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적의를 드러내는 것은 응당한 일인가.
저자는 상세한 묘사로 윌스턴 일가의 내막과 아길라란 인물의 서사를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했다. 그와 동시에 독자들을 주인공의 입장에 대한 공감 이입과 작중 인물의 선택에 관한 도덕적 딜레마에 빠트림으로써 마구 휘어잡는다. 단순한 오락거리인 웹소설로 소비되는 것이 아닌 한 작품으로 인식된다는 것은 그것으로 하여금 독자를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가능하다. <언제나 밤인 세계>는 그런 소설이었다.
작중 아주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칫 비슷한 장면이 반복됨으로써 호흡이 짧아질 수 있는 시점에 에녹을 아길라에 비등할 만큼 매력적인 인물로 부각시킴으로써 분위기를 반전한다는 것이다. 오직 누이로부터 부모를 지킬 수 있는 한 사람으로 성장한, 그녀와는 대조적으로 악한 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하고 정직한 인물로 말이다.
아길라가 그렇게 갈구한 모리세이의 애정과 관심을 에녹은 너무나 당연하게 차지할 정도로, 그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호감을 쉽게 산다. 하지만 말미에 자신의 몸이 누이의 것과 다시 한번 뒤바뀐 순간, 구렁에 떨어지기 직전인 아길라의 손을 놓음으로써 필수불가결한 선한 본성이란 없다는 사실을 대변하기도 했다. 이 작품의 인물들은 누구도 선과 악으로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다. 심지어 악마로 연상되는 밤의 존재들 마저도 말이다. 그렇기에 판타지물이지만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지 않게 캐릭터들에 생생한 숨을 불어넣었다. 모리세이란 인물의 등장은 변수가 되어 쌍둥이가 밤의 존재들의 영향을 받아 생명이 잉태되었고, 그중 한 명은 밤의 아이로 다시 보내지기 위해 죽을 운명이었음을 알리며 대서사를 이끈다. 추후 전개가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2018년부터 연재돼 아직 몇 편이 나오지도, 완결되지도 않았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올해 안에는 결말을 볼 수 있을까? 마니아층이 탄탄한 작가인 만큼 올 한 해 활발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