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렌투스 짜트라타는 누구인가?
소설 진행 방식부터 결말까지 매우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제목만 얼핏 봤을 때, ‘에렌투스 짜트라타’라는 인물의 자서전을 쓰기 위한 여정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211세의 엥게미어를 인터뷰한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출발했는데, 끝까지 인터뷰 형식으로 소설이 진행될 줄은 미처 몰랐다. 이렇게 전개되는 소설은 처음인지라 처음 읽기 시작했을땐 낯설었지만, 읽으면서 점점 내가 직접 등장인물들을 취재하고 다니는 느낌이어서 꽤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백두옹이 왜 그렇게까지 에렌투스 짜트라타에 관한 정보를 궁금해하는지 정말 궁금했다. 질문 목록이라든지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내 머리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백두옹이 에렌투스 짜트라타 본인이거나 혹은 아무도 몰랐던 그의 피붙이라든지, 아니면 에렌투스에게 복수하려고 그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것이라든지, 그도 아니면 에렌투스 짜트라타의 자서전을 꼭 써야겠다고 마음 먹은 학자라는 게 그나마 떠올린 생각이었다. 물론 결말에서 내 생각은 죄다 빗나갔다.
백두옹이 에렌투스 짜트라타를 취재하면서 누구는 그를 영웅이라 칭했고, 누구는 그를 악마라 불렀다.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가운데, 운좋게 에렌투스의 어린 시절을 알고 있던 가브리엘라 수녀를 만나며 이야기가 다시 한번 성큼 한발자국을 내딛었다.
나름 충분한 정보를 얻었다고 판단한 백두옹은 인터뷰의 마지막 취재 대상을 주인공인 에렌투스 짜트라타로 선택한다. 에렌투스 짜트라타가 들려준 그의 이야기와 백두옹 본인이 여기저기서 취재한 그의 이야기를 종합한 후, 백두옹은 거취를 결정한다.
그러나 백두옹의 결론이 무엇인지는 독자가 알 수 없다. 에렌투스 짜트라타가 떠났는지, 남았는지 작중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으니까. 읽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는 셈이니 열린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난 개인적으로 에렌투스 짜트라타가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결말이라고 상상한다. 잠시 쉬어가는 곳에서 다시 속죄할 힘과 용기를 얻어 방랑의 길로 떠나기를. 그래서 엄격한 잣대, 타인의 잣대를 내려놓고 스스로를 용서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