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우화 공모(감상)

대상작품: 달팽이와 지렁이의 경주 (작가: 바질, 작품정보)
리뷰어: 기다리는 종이, 6일전, 조회 6

읽으면서 이 작품은 우리 시대를 반영하는 우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화는 동물이나 인간, 신 또는 무정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전개하는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보편적인 지혜를 담고 있는 이야기로 정의됩니다.  이 작품 또한 달팽이와 지렁이, 개미 같은 동물들이 나오지만 이들은 일종의 비유를 위해 등장하는 것이죠. 저는 이 우화에서, 현대 사회에서 자주 보이는 ‘이용당하는 경쟁’에 대한 경고를 느꼈습니다.

 

지렁이와 달팽이가 공유하는 성질은 ‘느리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느린 곤충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애벌레, 지렁이, 달팽이 같은 것들을 말할 테니까요. 그런데 개미는, 그런 지렁이와 달팽이에게 경주를 제안합니다. 그리고 지렁이와 달팽이는 서로 상대보다는 빠르다고 자부합니다. 사실 이 두 동물은 속도로 경쟁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생물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렁이와 달팽이는 개미의 충동질 때문에 잘 하지도 못하는 속도 내기를 하기로 합니다.

개미는 두 동물에게 “길 건너에 있는 썩은 나뭇가지까지 먼저 가는 사람이 승자” 라고 제안합니다. ‘썩은 나뭇가지’라는 완전히 무가치한 목표를 얻기 위해서, ‘길’이라는 아주 위험한 환경을 지나가라고 말하는 것이죠. 그럼에도 두 동물은 자신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를 생각하지 못한 채, 경쟁에 뛰어들게 됩니다. 이 경쟁은 결국 콘크리트 길 위에서 두 동물의 힘이 다하며 끝납니다. 그리고 개미는 웃으며, 그 경쟁의 결과물을 수확하러 찾아옵니다.

생각해 보면, 지렁이나 달팽이는 속도에 있어서는 느리지만 다른 면에 있어서는 강점이 있습니다. 땅 속을 돌아다니는 것은 지렁이가 잘 할 것이며, 달팽이는 스스로 집을 만드는 뛰어난 능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이 잘 하는 게 아닌, 가장 못 하는 것으로 경쟁을 시작했습니다. 개미가 말한 대로요.

결국 이는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경쟁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원시 시대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였지만, 국가가 탄생하며 그러한 혼란이 사라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사실 또 다른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에 있습니다.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도 경쟁이 없는 곳이 없으니까요. 물론 경쟁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른 경쟁은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경쟁이, 우리가 잘 하지 못하는 것을 억지로 시키는 일이라면요? 그리고 우리에게 도움도 되지 않는다면요?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썩은 나뭇가지를 향하던 두 동물들처럼요.

 

짧은 글이지만,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경쟁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다 못해 학교에 들어가기만 해도 시험을 보고, 등수가 매겨지는 곳이 한국 사회니까요. 그런 우리에게, 이 소설은 우리 뒤에서 웃고 있는 개미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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