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터넷에 떠도는 미담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읽고 있으면 굳이 인간의 성선설이나 아직은 온정이 남은 세상 같은 미사여구로 꾸미지 않아도 그냥 기분이 좋아져요. 내 주변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되고 사람들이 더 예뻐 보이기도 합니다.(여성분들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요)
그런데 댓글을 보다 보면 오랜만에 찾아온 세계 평화의 기운이 사방으로 달아나 버릴 때가 많은데, 댓글에 달리는 한 마디 때문입니다. ‘주작이네’ 그래요, 만들어낸 얘기일 수도 있죠.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겁니까. 물론 사안에 따라 진실이어야 할 얘기도 있겠지만 전 없는 얘기 만들어서 남 험담이나 늘어놓는 것보다는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의 힘을 더 믿습니다. 사실인 척 꾸며내는 글에 대한 변론은 아니지만 저는 사실이 아니라 해도 그런 글이 좋습니다.
세상에 그런 일들이 많으면 그게 최고겠지만 그런 글들이 많은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서요.
이 작품과는 관계없는 잡설로 지면을 잡아먹었는데, 탁문배 작가님의 ‘미귀가자’는 ‘귀’자가 들어가는 글을 좋아하는 제 취향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가진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파출소에 근무하는 재혁과 정민은 이상한 사람이 있다는 경비원의 신고를 받고 아파트로 출동하는데, 그 곳에는 자신이 이십 년 전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주취자도 아니고 정신도 멀쩡해 보이는 그를 어찌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하는 사이 그들은 함께 옛 이야기도 나누고 진짜 주취자도 도와주면서 기시감과 비슷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는 정말 이십 년 전 사람일까요? 그렇다면 그는 왜 하필 이 때 이 곳에 나타난 걸까요? 그리고 오래 전 사람인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대체 뭘까요?
최대한 미스테리 감성으로 줄거리를 적어보려 하긴 했는데 이 작품은 미스테리나 스릴러의 장르에 넣긴 모호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지요. 일단 아주 재미있고 다 읽고 나면 코끝이 시큰거리면서 갑자기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경험을 하실 수 있으니까요. 저는 그랬는데 다른 독자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도 궁금하네요.
이 작품은 전체적인 구성도 좋지만 작은 디테일들도 살펴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대충 사는 게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고참과 원칙을 고수하려는 신참의 캐릭터는 전형적이지만, 두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어떻게든 편을 갈라서 싸워보려는 최근의 분위기에도 ‘아직 세상은 이렇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작가님의 외침 같기도 합니다.
제가 보는 세상도 그렇습니다. 온라인에서 보는 세상은 중간이 없는 전쟁터인데 막상 주위를 보면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지 않고 상대의 부족함을 끄집어내지 않는 배려심 넘치는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다시 한 번 제 주위의 사람들을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런 게 글의 힘이고 진심을 담아서 쓴 작품이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가 아닐까요?
제가 어렸을 적에 외할머니는 가끔씩 백숙을 끓여주셨습니다. 인삼이나 찹쌀도 없고 그냥 닭과 국물 뿐인데 당시엔 세상에 그보다 맛있는 음식은 없는 것 같았지요. 지금도 백숙의 하얀 국물은 제 뱃 속에 어떤 난리가 나도 부드럽게 매만져주는 영험한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은 느낌이 백숙의 하얀 국물을 들이켰을 때의 기분과 비슷해서 놀랍습니다.
내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더 진심을 담아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부족한 리뷰를 읽어주시는 브릿G의 독자 여러분께도 마음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멋진 글을 써 주신 작가님께도 물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