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는 몇가지 익숙한 트릭들이 사용됐다. 마치 실제 경험담처럼 얘기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이야기의 주요 배경으로 군대라고 하는 비밀스러운 격리구역을 사용한 것이나, 그곳에 모종의 사연이 있을 것이란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그렇고, 비일상적인 장소나 경험에서 시작한 것이 거기에서 벗어나 일상으로까지 번지는 것까지 꽤 절절하게 사용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를 뿐이지 사실은 이런 게 있다는 식으로 털어놓는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다. 그것이 실제할법한 것이라서 더 그렇다.
착각이라 할만한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으로 점점 커지는 것도 잘 그렸다. 그래서 처음에는 별 다른 정보가 없어서 무슨 일인지 궁금하게 하고, 어느정도 무르익고 나서는 결국 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 궁금하게 한다.
어느 한 독자가 어떤 작가에게 보낸 사연을, 작가가 다시 다른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중첩된 구성은 ‘진짜 있었던 이야기’같은 느낌을 줄 뿐 아니라, 이야기가 점점 퍼져나가는 것을 구조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소설이 어떤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인지를 생각하면 이건 꽤 좋은 구성처럼 보인다.
아쉬운 것은 이야기의 전염성을 현실의 독자에게까지 느끼게 하지는 못한다는 거다. 애초에 이야기를 경험담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런류의 이야기는 대체로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 즉 소문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처음부터 그 이야기에 전염성이 있음을 알게하기 위한 것이다. 게다가 이야기 내용에도 복사한다던가, 전달한다던가 하는 것이 들어있어 그것을 확실히 알게 하는데, 단일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한 이 소설에는 그런 전염성을 인지할만한 요소가 없다. 끝까지 보면 안된다던가, 특정 기한내에 몇명에게 같은 내용을 보내야 한다던가 하는 식으로 벗어나기 위한 (어쩌면 헛된 몸부림일 수도 있는) 방법 역시 짐작할 여지가 없다. 이것이 사연제보자가 메일을 보낸 것이나, 그로인해 전이된 묘사가 좀 어색해 보이게 한다.
이것은 독자에게도 다다를 수 있다는 공포감에도 의문이 들게 해, 마무리가 약하다고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