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흔치 않게도, 작가가 웹소설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재미있는 제안을 했던 작품이다. 작가가 작품 내에서 단서를 던지면, 독자가 댓글로서 답을 내는 방식. 사실 푸는 쪽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만드는 쪽은 머리를 쥐어짜내야 하는 그런 종류의 게임이다. ‘이렇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직접 시도하는 것을 보는 차이의 갭은 꽤 컸다.
나는 「여자를 믿지 마라 – (상)」 편의 작가 코멘트를 보고는 다음 편에 독자로 하여금 풀게 하는 게임이 등장하겠구나 하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작가가 꺼내든 카드는 의외로 <범인 맞추기>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한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제목만을 보고 예상한 범인이 진범이었던 까닭이다.
내가 읽은 추리소설은 그렇게 스펙트럼이 넓지 않다. 기껏해야 셜록 홈즈 전집, 헐록 숌즈가 등장하는 아르센뤼팽 전집 중 몇 권, 그리고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정도. 번외 작품을 꼽자면 웹툰 교수인형 정도를 꼽을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제안이 약간은 심심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앞에서 언급했듯 독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탐정 저스티스 창은 문제를 풀어가고, 독자는 그저 따라갈 수밖엔 없다. 물론 독자가 추리할 수 있는 단서를 여기저기 남겨둔 것은 맞다. 하지만 비교적 초반에 진범을 예측한 사람이라면 생각보다 그 과정이 흥미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퍼즐을 맞춰가는 것은 완성의 쾌감보다는 아, 역시 그럼 그렇지. 하는 것 이상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추리 소설의 정석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글쎄, 굳이 이유를 찾자면 중편 소설이라 캐릭터의 매력을 살릴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마지막에야 밝혀지는 사실이지만, 저스티스 창은 해결사로서의 직무를 훌륭히 해냈다. 여자와 약, 그리고 살인까지 완벽하게 수행해낸 그가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매력만으로 극을 끌어가는 것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기에는 조금은 힘겨운 일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너무 비판점만 써놓은 것 같아 덧붙이는 말이지만, 나는 조나단 작가님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다(정말이다). 상편과 중편을 동시에 올려주신 작가님 덕분에 순식간에 재밌게 읽었고, 하편을 기다렸다가 알림이 울리자마자 달려왔었다. 한껏 눈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기대감을 가득 안겨준 작가의 코멘트까지 합쳐져 마지막편에 대한 기대가 풍선처럼 부풀어올랐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결국은 독자의 욕심이겠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바라는 해바라기 독자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글을 읽다보면 가끔은 그렇다. 이 작가님이라면 조금 더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은데, 조금 더 재밌는 글이 나올 것 같은데! 하는 그런 기대가 만들어지는 것.
이런 독자가 있기에 미저리가 탄생했나 보다.
리뷰를 먼저 읽고 작품을 접한 분들이라면 뭐야, 재밌기만 하구만 리뷰를 왜 저따구로 써놨어.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제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하하.
잡설이 길었다. 일단 읽어 보시라. 조나단 작가님의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는다.
(아, 정말로 하나만 덧붙이자면, 이 작품은 두 번째 읽을 때도 재밌다. 결말을 보고, 다시 처음부터 저스티스 창의 호흡을 따라가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