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Ride Into The Sunset Together 감상

대상작품: The Farm and Calvary (작가: 삼류문인, 작품정보)
리뷰어: , 21년 1월, 조회 69

브릿G는 조○라처럼 팬픽이 많이 올라오는 웹소설 사이트가 아니다. <눈물을 마시는 새> 백일장이 열리기 전엔 확실히 그랬고, 백일장 기간이 끝난 후 다시 원래대로 팬픽이 잘 올라오지 않는 사이트로 돌아갔으니 첫 문장은 옳은 셈이다. 그런 브릿G에서 ‘폴아웃’을 검색해본 필자는 별난 인간이지. 그런데 검색해보니 폴아웃 팬픽이 나온 것이다. 딱 한 편이지만, 나왔다. 그것도 뉴 베가스다. 2010년에 나온 게임 팬픽을 브릿G에서 검색해보는 사람보다 팬픽을 업로드한 사람이 더 별난 사람 아닐까? 여기가 AO3도 아닌데.

폴아웃, 특히 뉴 베가스는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다. 게임 재밌는 것을 폴아웃으로 배웠으니 말 다 했다. 팬픽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좋아한다.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팬픽은 썼다. 그러니 얼마나 선물 같은 작품인가. 브릿G에 딱 하나 있는 폴아웃 팬픽이라는 것은.

팬픽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오타쿠의, 오타쿠에 의한, 오타쿠를 위한 창작인 만큼 여기서 고삐 풀려서 주절거리면 ‘그게 뭔데 ○덕아’ 소리 듣기 딱 좋으므로, 여기서는 폴아웃이 얼마나 굉장한 게임이며 얼마나 재미있는지 이야기하진 않겠다. 궁금하신 분들은 스팀의 잦은 세일을 이용해 직접 플레이해보시면 알 일이니까. 여기서는 폴아웃 뉴 베가스의 시대적 배경을 언급하고, 팬픽에 대한 고찰을 짧게 하고, 본작이 필자에게 팬픽으로서 어떤 작품으로 느껴지는지를 이야기하겠다.

폴아웃 뉴 베가스(2010)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게임의 대표작인 폴아웃 시리즈 중 하나이다. 폴아웃 시리즈는 ‘대전쟁’이라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핵을 쏴 세계가 멸망한 배경을 베이스로 깔고 가는 시리즈이고, 뉴 베가스도 그렇다. 전작인 폴아웃 3으로부터 4년이 지난 후인 2281년의 모하비 황무지(현재 후버댐과 라스베가스 일대이다. 애초에 뉴 베가스부터 라스베가스의 터에 새로이 세워진 도시이다.)를 시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요컨대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의 아토믹(방사능) 펑크에 서부물을 섞은 것이 뉴 베가스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팬픽이란 것에 대해 조금 주절거려볼까 한다.

2차 팬픽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특정 장르(요사이 화제가 된 아이돌 팬픽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의 팬이 애정과 관심을 연료로 삼아 그 장르의 일부를 베이스로 하여 창작해낸 소설이다. 특정 장르의 팬이라면 팬픽을 읽고 이해할 수 있지만, 팬이 아닐 경우 대체 이게 그래서 무슨 말이냐, 하는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그러니 대체로는 팬픽을 이해할 독자의 풀이 한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만큼 특정 장르의 팬이라면 팬픽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필자는 <The Farm and Calvary>를 보며 주로 두 가지 감상을 느꼈다. 먼저 이 팬픽이 폴아웃 뉴 베가스에 등장한 고유명사뿐 아니라 이전 시리즈에 등장한 고유명사까지, 즉 폴아웃이란 장르에 해박하지 않은 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정보를 끌어온 것을 보고 조금 당황했다. 이 팬픽은 그 자체로 얼마나 잘 쓰였든 간에 독자를 많이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필자가 예상한 반응과는 좀 달랐다. ‘서부물’로서의 분위기는 확실히 전달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작가 특유의 멋진 문장과 표현력은 필자를 포함한 독자를 충분히 압도한 듯이 보였다.

두 번째 당황스러움은 첫 번째 감상을 이끌어낸 이유와 모순되는 것에서 나왔다. 본작은 뉴 베가스에서 실제로 등장했던 인물들은 (필자가 아는 한) 하나도 언급되지 않는다. 이야기 속 두 주연은 노인과 NCR 베테랑 레인저, 둘뿐이다. 그것도 이 팬픽의 오리지널 캐릭터다. 즉, 고유명사는 원작에서 끌어왔으나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들은 작가의 창작인 셈이다. 아마 이러한 점이 폴아웃을 모르는 독자들에게도 이야기에 이입할 여지를 준 것이 아닐까 싶다.

본작은 작은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다. 서부물의 도입부 에피소드처럼 말이다. 그러나 작가 특유의 문장력과 표현력이 읽는 이를 저도 모르는 사이에 뙤약볕 아래 먼지 냄새가 나고 회전초가 구르는 모하비 황무지로 데려다 놓는다. 폴아웃을 모르더라도 말이다.

최고의 리뷰는 리뷰 대상인 작품을 궁금하게 만들고, 최고의 팬픽이란 해당 장르를 경험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이왕 팬픽을 읽으며 모하비에 들어온 일, 폴아웃 뉴 베가스를 플레이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함께 모하비의 석양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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