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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메일을 공개합니다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 21년 1월, 조회 91

확인하고 가자. 이 글을 읽는 것은 점검한 뒤에도 늦지 않다.

 

편집부 추천을 받은 작품의 리뷰는 쓰지 않는다, 그런 자기만의 규칙도 있었다. (진짜 쓰잘데기 없다.) 필자에겐 그랬다. 그런데 지난번 리뷰에서 ‘오래된 지인의 작품 리뷰는 쓰지 않는다’라는 규칙도 이미 어긴 데에다가, 결정적으로 골드코인 44개가 너무 끌렸다. 골드코인은 많을수록 좋긴 한데, 44개라는 숫자는 좀 상징적으로 독특하지 않나. 게다가 마침 이 리뷰는 필자가 브릿G에 올리는 13번째 리뷰이기도 하고. 그러면 당연히 호러 작품의 리뷰를 써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의식의 흐름 같은 논리로 엄성용 작가의 <메일을 공개합니다>라는 작품 리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평소에 엄성용 작가의 작품을 재밌게 읽었다는 이유가 당연히 동기 부여에 큰 몫을 차지하기도 했고.

아직 브릿G에 올라온 엄성용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진 못했다. 그러나 읽은 작품들은 하나같이 필자의 취향이었다. 필자의 호러 취향은 어릴 때 읽은 <무서운 게 딱 좋아> 시리즈라던가 야후 꾸러기, 학교에 들어오던 어린이 잡지와 비 오는 날 선생님들이 들려준 대학 시절 MT 괴담이 결정했다. 아직 세상 많은 것이 젖은 안경 너머로 보는 풍경처럼 흐릿하던 시절, 꺼림칙한 것은 많고 아는 것은 적었던 시절.

이제 필자는 어른이다. (한참 전에 그리되었다.) 더는 빨간 마스크를 두려워하는 11살 꼬마가 아니다. (물론 빨간 마스크를 쓴 이를 실물로 보면 놀랄 것이다.) 요는, 엄성용 작가의 작품은 이제 다 커버려서 어느 정도 세상을 파악한 필자를, 어린 시절 괴담을 무서워하면서도 즐겨 찾던 꼬마 시절로 되돌려놓는다는 것이다. 엄성용 작가의 괴담은 익숙한 현실을 낯설게 느끼게 만든다. 괜히 위층에서 쿵쿵 소리가 나면 불가사의한 원인일까 봐 신경이 쓰인다든가, 달걀을 깨면서 무엇이 나올까 노른자와 흰자 외의 뻔하지 않은 답을 상상한다든가.

본작은 한밤의 퇴근길을 상상하게 만든다. 어둠을 품은 창문에서 무언가 새카만 것이 번져가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군모를 쓴 머리들이 꾸물거리며 기어오는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무서운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지금. 공포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연출에 의해 배경음악이 뚝 끊길 때를 경험한다. (현실에선 생각만큼 겪기 어려운 순간이다.) 그때야말로 이야기를 접하는 이의 공포와 기대가 최대치로 오르는 순간이다. 왜냐하면 다음 순간, 반드시 올 테니까. 그것이.

 

당신은 지금 이 글을 읽는 액정 스크린 혹은 모니터 한쪽 귀퉁이에서 먹물 같은 것이 퍼져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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