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글, 못난 사람, 그리고 우리 안의 마귀들 공모(비평) 공모채택

대상작품: 잘난 사람에게는 마귀가 산다 (작가: 매도쿠라, 작품정보)
리뷰어: , 17년 5월, 조회 71

안녕하세요. 아그책입니다. 다섯 번째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역시나 호러 장르 카테고리를 선택해 들어갔고, 그중 눈에 띈 작품이 <잘난 사람에게는 마귀가 산다>였다. 제목에 순전히 끌린 때문이었다. 50매의 짧은 분량과 일관된 분위기로

독자를 붙드는 데 충분한 매력이 있는 작품, 이라고 한 줄 평을 정리할 수 있겠다.

전체적으로 주인공 어머니의 괴상한 강박적 사고관, 시종일관 불안함을 내뿜는 전개, 그것들과 무난하게 어울리는 인물들이 잘 어우러져 꽤 흥미로운 소설을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문장이 짧고 힘이 있다. 대개의 호러소설들은 두 갈래로 함정에 빠지기 쉽다. 묘사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려 지나친 만연체로 분위기와 배경을 ‘설명’하는 게 그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그 반대로 사건 전개에만 급급하여 독자가 제대로 ‘공포’라는 감정에 빠져들 여유 시간을 주지 않아 실패한다. 이 소설은 그 경계에 선 작품이다.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호러 소설 독자들이 원하는 지점, 그 기본을 가장 잘 파악했다고 할까.

설정도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부재에서 오는 세 인물의 묘한 신경전, ‘잘난 사람에게는 마귀가 산다’는 기묘한 전제로부터 비롯되는 공포. 이 두 가지에 빠져 있는 시간은 ‘공포’라는 감정에 독자가 빠져들기에 족했다. 면을 흡입하는 소리와 빗소리, 아이가 우는 소리가 병치되는 묘사나 ‘서늘한 기분이 내 등을 툭 쳤다’는 묘사들이 양념처럼 그에 분위기를 더했다. 다만 ‘우육면’, 공모전 응모작으로서 ‘면’이란 소재를 잘 살려냈는지는 의문이 든다. 아버지와 관계가 있고, 강아지와 관계가 있다고는 하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기엔 뭔가 부족한 면이 있다. 그 연관성이 약하고 우육면 자체가 작품 내에서 마지막 반전을 포함해 큰 가치와 의의가 있었나, 말이다. 좋은 소재지만 공모전 응모작이란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흔치 않은 면을 소재로 삼은 점, 그리고 면에 대한 묘사도 좋다. 중간중간 비문이나 어색한 표현들은 차후 다른 작품에서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은 먼저 과거 회상, 즉 장면 전환이 어색하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나 장면을 통해 자연스레 장면을 바꿔 회상으로 들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가 않다. 너무 설명적이라는 것이다. ‘그녀가 고아였다’라는 것을 그냥 문장 자체로 알려주거나, 그녀와 그녀의 양부모의 관계를 설명적으로 서술하는 건 개인적으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어떤 에피소드나 소재, 상황을 통하는 ‘중간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 점에서 아쉬웠고, 반전도 생각보다 약간 힘이 빠졌다. 알고 보니 동물이나 사람으로 만들어낸 요리, 라는 반전은 이미 식상할 정도로 많이 사용되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작품 속 강아지가 의미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식상하다기 보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중간에 ‘나도 남잔데~’하며 아내를 좋아했다고 드러내는 부분은 이성애중심적인 발언이다. 작품 속 화자가 이성애자인 건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나도 남잔데’라는 부분은 다른 성애자, 성소수자들을 배제하는(남자들 중에도 그들이 있는데) 점이 있어 아쉬운 면이 있다. 세세한 부분이지만, 이런 점에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현실의 사람들을, 사회를, 그리고 그 속의 소외받는 존재들을 드러내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수고하셨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