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무협을 거의 접하지 않은 일반 독자라는 점을 명기해둡니다. 제가 읽어 본 무협이라고는 소싯적 퓨전으로 취급되는 묵향 비뢰도 정도가 전부요, 정통무협은 읽다가 무슨 말인지 몰라 덮은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다 무협지 특유의 마초정서가 거북해진 뒤로는 구태여 찾아 읽지 않았으므로 일반 독자라는 말에 꽤 어울릴 겁니다. 이 글을 읽었던 건 테이스티 문학 마감일에 우후죽순처럼 올라오던 공모작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던 덕분이었을 겁니다. 본래 무협 장르로 표기되어 있는 것은 거의 읽지 않는데 소개가 재미있더군요. 먹고, 마시고, 입털고. 공모전 마감에 쫓기며 열심히 두드리셨을 작가님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중단편 란에 머무르고 있던 저에게 색다른 장르로 한 번쯤은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셨던 글입니다.
이야기는 제게 있어 꽤 중국영화처럼 흘러갔습니다. 일단은 악당이면서 거짓말은 하지 않는 의미 모를 죄인부터가 그렇지요. 중국 영화 특유의 뻥 치는 느낌! B급 무협지의 조잡한 액션 종류가 그러합니다. 글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종류의 영화를 상기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더군요. (물론 작중에 제대로 된 전투씬이 없으므로 이정도의 액션씬 제작 기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군요.)
내공이라곤 접한 적도 거의 없어 사람 죽는 것을 이번에 처음 보게 된 주인공 장삼은 이 괴상한 극의 화자보다는 관찰자로 적합합니다. 그래도 그가 엉터리로 내어 놓은 음식과 술 덕분에 모두가 술을 먼저 마시게 되고, “선주후면”에 걸맞은 이야기가 탄생했지요.
사실 항상 그렇듯이 저는 이 글도 재독해야 했습니다..
이야기가 이해가 어렵거나 한 것은 아닌데, 무협 특유의 인물들 대화? 나누는 대화가 잘 읽히지 않아서요. 으음, 이건 저의 고질적 문제이니 넘어가셔도 좋습니다. 대화를 몇 번씩 번갈아 읽고 나면 그제야 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각설하고, 형편없는 음식으로 술을 마신 객잔의 손님들은 사실 자기 방면의 실력자이고 고수입니다. 왜 이런 객잔에 인물들이 모여 있나 궁금해지지만 글은 그런 것들을 이야기해주지 않습니다. 주정뱅이와 절세미인, 나이차 많은 두 도사, 그리고 죄인을 호송하는 장 포두와 그가 잡은 죄인. 더불어 모두를 맞이하는 장삼이 머무는 장강객잔.
제반지식이 없는 저는 약간 이해를 하지 못하며 읽습니다. 제 의식의 흐름은 대충 이렇습니다. 철로 된 붓…그래봤자 붓 아닌가? 절세미인의 옹조공은 무엇인가? 그래봐야 무기 든 죄인 무리보다는 약하지 않겠는가. 점혈법.. 점혈.. 한의원에 가면 해주는 것이 아닌가. 어검술은 안다. 어검술은 칼이 날아다니는 것이다. 칼 말고 다른게 날아다니는 비슷한 것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보았다 등등…
이런 쓸데없는 감상을 제외하고 이야기 면에서 접근해본다면 나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노인은 자기 죽음을 예감하고 제자라도 살리기 위해 갑자기 일기토를 신청할 때 약간 어어, 한걸 제외하면 그렇습니다. 무협지에서의 의리란 뭘까요. 난 죽지만 내 뒤를 이을 제자는 살려줘라. 복수해야하니까.. 라는 느낌인가요..? 아무튼 이야기는 음, 흥미진진한 강호의 고수들이 모여 이제 막 싸우겠다! 하는 시점에서 끝나버립니다. 다음편에 계속, 도 아니고 그냥 끝나버립니다. 그래서 글의 장르가 무협이라고 할 만한 것은 배경지식이 필요하고, 배경이 무협이고, 무협의 본질인 것 같은 호쾌한 싸움과 전투는 없어요. 대신 요리가 있습니다. 본말전도된 느낌인데, 이 글이 공모전용으로 쓰였기 때문에 뒤가 생략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리는 나쁘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무협에 관해 뭣도 모르는 독자 시선에서는 이 면이 왜 그 무공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지 못하므로 그런 면을 먹는구나, 정도의 이해 정도가 전부이겠습니다.(도가의 제자는 왜 볶은 콩과 라유를 먹지 못하죠? 네이버에 도가 볶은 콩 같은 것을 검색해보니 “ 도가에서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머리가 둔해지므로 생식할 때 쓰던 재료들”등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볶은 콩을 먹는다고 나오는데요! 하찮은 의문이었습니다..)
읽고 나서 생각해볼수록 배경지식 없이는 절반도 안 읽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글이었습니다. 대충은 알아요. 점혈당하면 무공을 못 쓰니까 약해진다 같은 것들. 하지만 그런 얕은 지식으로 읽기에는 다소 아쉬운 글이었으며, 면 이야기를 강조하시고자 캐릭터들을 생동감있게 굴리던 것을 딱 멈추고 갑자기 얼굴에 면을 들이민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강약 조절에 다소의 아쉬움이 있었으나 거짓말 안 하는 죄인과 사실 제일 고수일 것 같은 주방장의 조화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상상하는 맛이 있는 마지막이었습니다. 상상하기로는 꽤 많은 고수가 주방장 일은 할 수 있겠지만, 많은 요리사는 고수가 아니겠지요. 밀가루 반죽을 치대는 주방장을 보며 점혈법을 이야기하고 도삭면을 보며 칼솜씨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약간 멍해졌던 것을 고백합니다. 그래도 강호에서는 이런 일이 다소 있는 모양이지요. 강호 초행길이라 헤매는 도중이니 이해를 바라야겠습니다.
어째 영양가 없는 리뷰로군요. 즐겁게 읽었으나 즐겁게 읽기 어려웠음을 고백합니다. 흑흑.. 리뷰를 적은 글 중에는 가장 많은 재독이 필요했습니다. 작가님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였고, 차후 좀 더 쉽게 무협을 써주실 생각은 없으신지 여쭈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다양한 면 요리와 술 이야기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