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작품의 경우 좋은 글의 조건이라고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그 요건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문장! 글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뒷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데요.
이 작품의 첫 문장은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한 흡인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수조가 딱 알맞아 보였다.
아아아… 멋진 문장입니다. 내용이 무엇일지 수조가 어떤 역할을 할 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이미 머리속에선 여러가지 추측과 상상들이 고개를 쳐듭니다.
작가님의 멋진 센스에 찬사를 보내는 바입니다. 제가 스릴러와 호러를 편식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어떤 장르의 작품이던 이런 첫 문장을 본다면 글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길것 같습니다.
이 글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진행을 보면 가족 간의 소통 부재와 육아에 대한 경험이 있으실 것 같은 작가님의 사실감 넘치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저도 경험자라 더 이해도가 높았던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족의 문제는 그저 폭력이나 외도 같은 극적인 이벤트가 없이도 얼마든지 삐걱거릴 수 있다는 걸 매우 현실적인 대화들과 작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사소한 일에도 흔들릴 수 있는 가정의 평화를 염려합니다. 반면에 일에 바쁘고 사회 생활에 열심인 아빠는 ‘아이는 알아서 큰다’라는 기본 철학을 가지고 나름 가족들에게도 최선을 다 하는 쿨한 아빠라고 자평하는 ‘쿨 대디 신드롬’을 가진 사람으로 보입니다. 엄마는 출산 후 어렵게 이뤄낸 사회 복귀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 또한 가지고 있는데, 남편은 그런 아내의 불안을 이용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은근히 아내에게 가정 문제의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의 모습입니다. 거기에 균열을 낸 것은 아이의 묘한 행동들인데, 두 번 읽어보았지만 확실하게 이해되지는 않는 기묘하면서 소름이 돋는 행동들을 보입니다.
아이는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고, 아직 감정판이 완전히 열리지 않은, 그저 순수 그 자체의 동심에서 나온 행동일 수도 있겠지요.
문제는 그것을 바라보고 반응하는 부모의 자세입니다. 엄마는 위험 요소로 보이는 것을 끊임없이 제거하고,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상상하며 걱정을 합니다.
그리고 아빠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다가 문제가 불거질 때 쯤 불쑥 나타나 혼자 생각해서 결정한 해결책을 툭 던져두고 갑니다.
아마 대부분의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일 거라 생각됩니다.(읽으면서 저도 몇 번 뜨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열린 결말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글의 긴장감과 몰입도는 이미 충분하고 장르적 재미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결말을 보면 역시 아이에게 뭔가 있는 걸까 하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독자분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부모들이 가정에서 어쩌면 조그만 것일 수도 있는 문제를 점점 키워가는 과정과 그로 인해 생기는 또 다른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더 해보셨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거든요.
아이의 말과 행동은 정말로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대하는 게 옳은 지를 아는 건 그래서 너무 어렵죠.
인터넷에서 본 이 글이 작품을 읽으면서 더욱 와 닿는 것 같습니다.
육아는
육아(育兒)면서
동시에 육아(育我)다.
([출처] 내 맘대로 육아명언 No.3|작성자 싸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