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문학 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저녁밥 (작가: 환상괴담, 작품정보)
리뷰어: 후안, 20년 10월, 조회 283

작품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작품 감상을 먼저 권장합니다.

 

 

 

 

 

 

 

공포란 평등한 것이다. 잘난 사람에게나 못난 사람에게나 평등하다.

 

누가 얘기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이 문구가 제 생각과 너무 일치하여 아직도 누가 제게 공포 소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면, 먼저 꺼내는 멘트이기도 합니다.

왜 평등할까요? 그 답은 쉽습니다. 살아있는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는 거죠.

즉, 공포는 죽음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차에 치여 죽은 길가의 비둘기나, 덫에 걸려 죽어있는 쥐 같은 것만 봐도 대부분 사람은 눈살을 찌푸리며 시선을 피합니다. 심지어 같은 사람의 죽음을 목격하면 극심한 트라우마에 빠져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이건 다 죽음에 대한 공포, 즉 지금 살아있는 나와 내 주변 환경과는 정반대인 상황에 대한 반발감이죠. 이 반발감은 언젠가는 나도 이렇게 될 거라는 막아낼 수 없는 먼, 혹은 가까운 미래에 찾아올 운명을 부정하지 못하는 나약함에 대한 분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공포 소설이나 괴담을 즐겨 봅니다. 왜일까요. 이것 또한 답은 쉽습니다. 어차피 허구니 읽는 ‘나’는 안전하니까요. 즉, 몰입과 이입은 하지만 가상의 작품이고, 읽는 나는 안전지대에 있으니 그저 치가 떨리거나, 소름 돋는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많은 공포 소설 작가들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

 

그런데, 공포 소설은 그 장르 세분화가 정말 넓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그 어떤 장르도 공포 카테고리 안에 전부 다 넣을 수 있어요. 그냥 흔히 듣던 깜짝 놀래는 괴담부터 시작해서, SF, 로맨스, 판타지까지 대부분의 장르에 공포는 빠지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공포 작가님들이 각자의 주관을 가지고 힘있게 나아가죠. 그래서 공포라는 태그는 정말 많은 작품에 달리기도 합니다. 뚜렷한 정의가 없기에 이건 당연한 일입니다.

저는 이 많은 공포에 대한 정의 중에, 제일 우선시하는 의견이 있습니다.

바로, ‘테러’입니다.

말 그대로, 읽는 독자들에게 심리적 폭력을 가하는 것이죠. 좀 위험한 발언일 수도 있어요. 누구라도 갑작스러운 공격을 좋아하지는 않죠. 그래서 전체적인 플롯을 잘 조정해, 그 기승전결을 잘 이끌어 나가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불편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하지만 이게 또 어려운 것이 아 이글 뭐야 괜히 봤어. 말도 안 돼 이건 또 실패거든요) 거에 대한 절묘한 완성.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바로 ‘이입’이라 생각하거든요.

내가 얼마나 이 글에 이입하는가, 가 정말 진짜 중요해요.

그만큼 나는 안전지대에 있어, 라는 안도심이 흔들리기 때문이죠.

그 이입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바로 ‘현실감’이고, 그 이입을 잘 살릴수록 이입이 된 독자들은 작가의 흐름에 따라가며 절망적인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이 작품은 슬픕니다. 굉장히 슬퍼요. 그리고 안타깝죠. 그리고 다 읽고 난 뒤 엄청 불편해요.

절망적입니다.

내가 원한 감정이 아니에요. 이런 결말, 이런 절망적인 상황, 이런 슬픈 결말은 원치 않았지만 결국 그렇게 끝났어요. 가슴이 아련해요. 이게 ‘테러’죠. 읽은 나를 테러했어요.

불편한 감정을 만들어라.

이입이 안 된다면 이런 감정이 생길 리 만무해요. 여기서 중요한 건.

 

나와 상관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

 

이런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은 역시, 작품과 작가의 재능이죠.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훌륭합니다. 강렬한 여운을 주거든요.

불쾌라기보다, 불편한 감정. 이걸 잘 살리는 글이에요.

공포는 불쾌해서는 안 돼요. 불편해야죠. 불쾌하면 안전지대에 있는 나를 다시 한번 자각하게 되지만, 불편한 것은 안전지대안에 있어도 계속 떠올리고 생각나게 할거거든요.

 

누군가는 이게 왜 공포 소설이야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지만, 제게는 훌륭한 ‘테러’ 문학이자, 좋은 공포 소설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소설들을 좋아하는데, 같은 느낌을 받았던 소설도 하나 잠깐 공유해볼게요.

 

[쥐를 잡아] 라는 조나단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생각하는 ‘테러’ 문학에 가장 와 닿아있는 글이라 생각한 거예요.

그리고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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