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의 재정의 감상

대상작품: 이딴 게 초능력? (작가: 오메르타, 작품정보)
리뷰어: Meyond, 20년 9월, 조회 43

귀여운 단편이지만 마냥 훌훌 읽어버릴 이야기는 아니었다. 이걸 읽고는 몇 년 전 영어 회화 수업 때 ‘어떤 초능력을 가지고 싶은가?’ 하는 질문에 답하던 예전의 내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돈 많이 못버는 일을 해도 안 굶어죽는 능력을 갖고 싶다는 대답을 했었다. 이걸 영어로 어떻게 말했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에 내가 원한 건 사실 초능력이라기보다는 그냥 돈이었던 것 같지만, 어쨌건 초능력이란 건 말 그대로 보편적인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는 능력이다. 그리고 ‘미호’가 가진 반사 능력은 이 일방통행의 세계에서 더없이 특별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할 잠재력을 가졌다. 누군가에게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정확한 방향과 세기로 작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게 이성과 과학의 세계에서라면 별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질지 몰라도 자연계, 특히 인간계에서는 ‘해리 포터’ 버금가는 마법에 가까우니까.

그리고 우연히 알게된 자신의 능력을 철저히 건전하게만 활용하는 건실한 청년인 미호와 소민을 통해 이 이야기는 좀 더 아름다운 빛깔의 동화로 거듭난다. 이 이야기가 전하는 특유의 기운(?) 탓에 <차장님은 연애중>, <완벽한 원나잇> 같은 통통 튀면서도 정돈된 작품을 만든 안지희 감독의 숨겨진 시나리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훗날 좀 더 다채로운 색채로 덧칠될 두 사람의 여정, 그 최초의 밑그림 같은 느낌으로 설렘 속에 읽은 이야기였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덕분에 이제 우리는 갈색으로 꼼꼼하게 바탕칠을 한 캔버스에 어떤 그림이든 자유롭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보자면 이렇게 그림을 그리는 능력 역시 초능력의 범주에 든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미호가 자신의 손가락에 손톱 끝을 꾹꾹 눌러 십자 표시를 하던 그 어느 밤의 일처럼, 우리의 그림이 우리를 어떤 신묘한 마법으로 이끌지 현재로선 전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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