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야 사는 여자 공모(감상)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내 남자의 식이(食餌) – 1 (작가: 사피엔스, 작품정보)
리뷰어: 오메르타, 20년 10월, 조회 61

사피엔스 작가님이 동의하실지 모르겠지만 제 마음대로 골라 묶어 보자면, 이 작품 <내 남자의 식이>는 작가님의 <식이 트릴로지> 중 하나예요. <You are what you eat>, <내 남자의 식이> 그리고 <당신의 꿈은 무슨 맛입니까> 세 작품은 하나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먹는 행위를 중심 소재로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우선 작가프로젝트 아스트랄월드 당선작인 <You are what you eat>는 맥반석 달걀을 먹고 닭이 된 주인공, 게를 먹고 게가 되어버린 여자친구 등 각자 자신이 먹은 동물로 변한 사람들이 생명의 순환고리를 역주행하는, 말 그대로 아스트랄한 이야기였어요. 제 맘대로 묶은 3연작 중 마지막인 <당신의 꿈은 무슨 맛입니까>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상대의 꿈을 먹고 그 상상력을 제 것으로 취하는 작가(들)의 이야기예요. 그리고 <내 남자의 식이>에서는 특별한 식이요법을 통해 인격을 바꾸고 더 나아가 인생을 바꾸는 내용이 살인 사건을 다루는 스릴러물, 미드 <슈퍼내츄럴>이 언급되는 퇴마물, 역시 미드 <뱀파이어 다이어리>를 살짝 오버랩한 호러로맨스물을 넘나들며 펼쳐집니다.

기본적으로 먹는 행위는 결핍을 해소하는 것이에요. 단순히 생각하자면 허기진 배를 채우는 일이고, 이 소설의 주인공 유경의 직업인 영양사의 관점에서 보자면 신체 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균형잡힌 영양소를 채우는 일이겠죠.

화자인 ‘나’ 유경과 ‘내 남자’ 명우는 각자 인생에 결핍된 부분이 있어요. 우선 나는 보육원 출신으로 부실한 음식에 대한 보상심리로 요리 관련 직업을 갖게 되었고, 핸드폰이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가족도 친구도 없어요. 근무환경이나 반지하 살림이나 마땅히 정 붙일 곳이 없네요. 부유한 집안에 태어난 명우는 인간성이 결핍된 것으로 묘사돼요. 하지만 유경은 어느 순간 성격이 바뀐 그와 연인 관계가 되면서 결국은 그가 가지지 못했던 것 역시 가족으로부터의 애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유경이 일하는 구내식당이 속한 경찰서를 수시로 드나들던 망나니 명우가 끝내 본인의 가족 전체를 살해한 혐의로 잡혀 들어 와요. 그런데 담담하게 살해 혐의를 부인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다섯 달 전에 피투성이로 왔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주기는 가장 긴 게 네 달 정도여서 다섯 달이면 몸의 모든 세포가 최소 한 번의 생과 멸의 과정을 거쳐 완전히 뒤바뀐다고 해요. 유경은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명우가 어떤 식이요법을 통해 성격을 바꾼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요. 방향은 맞았는데 상상을 훨씬 초월하는 식이요법이었지요.

유경은 명우가 자신을 오랫동안 사랑해왔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떠받드는 그에게 서서히 빠져들게 돼요. 그녀의 결핍을 채워주었기 때문이죠. 명우의 낮은 체온, 생고기 위주의 식성 등 비정상적인 특징들의 미스테리가 서서히 풀리고 그가 행한 식이요법의 정체가 밝혀진 후 모든 것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 갈 위기에 처하자, 그녀는 자신의 결핍을 스스로 채우기 위해 입 안으로 그것을 받아들여요. 이제 그녀의 완벽한 인생이 펼쳐질 거예요.

작가의 말에 덧붙이신 내용에 따르면 , 이 작품은 구상 중인 장편의 프롤로그가 된다고 하니, 이 설정으로 발전될 이야기를 기대해 볼게요.

 

 

마지막으로 위에 언급된 <식이 트릴로지> 작품들의 링크를 붙입니다.

 

 

 

추가로, <식이 트릴로지>를 인상깊게 읽으신 분들은 @author:환상괴담 작가님의 <멋진 신세계>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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