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팔님의 <에우티프론의 딜레마>는 그리스로마신화풍의 정통판타지라는 작품 테그가 걸린 것처럼 익숙하게 보았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는 작품입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신들의 다양한 희노애락이 녹여든 이야기가 아니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처럼 신탁의 저주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신의 명령이 절대적인 세계에서 듣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신탁이 나온 이후 그들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혈육을 베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아르크는 신전에서 일하는 노예로 신탁이 나온 후 디나메네를 감시하기 위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디나메네와 아르크는 이내 이야기를 나누며 동질감을 느끼고 디나메네를 도와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그런 과정이 흥미로웠고, 두 사람 사이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가 되기도 했어요. 초반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우여곡절 끈에 디나메네는 오빠의 병 수발 빛 아버지의 그늘 밑에서 벗어 납니다.
그녀는 법정에서 그동안 갈고 갈았던 칼을 내 밉니다. 모든 이들이 가장 경계 해야 할 이야기들이 그녀의 입에서 쏟아져 내리거든요. 그 후 그녀는 지옥같은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삶을 살아갑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말미에 해팔님이 적어놓은 코멘트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고 참고하라는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수가 느껴져 흥이 깨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의도로 쓰여진 것을 알고 있지만 저에게는 그부분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어요.
이야기는 계속해서 현재 진행중이고, 아르크는 자신이 갖고 태어난 운명의 굴레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어요. 그런 점이 재밌기도 하고, 앞으로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네요. 다만, 기나긴 장편 보다는 임펙트 있는 짧은 단편으로 이야기를 맛깔나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물의 매력을 조금 더 살렸으면 하는 희망도 있고요. 새로움이 느껴지는 이야기 보다는 익숙한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아코우의 재판’의 이야기가 가장 재밌게 읽히네요. 연작소설의 형태이지만 디나메네와 아르크의 이야기가 좋았거든요.
앞으로의 이야기를 통해 그가 어떤 딜레마를 가질지 기대가 되네요. 아쉬운 점도 있고 흥미로운 점이 있었지만 이야기의 끝이 어떤 행로를 따라 끝이날지 궁금하네요. 다음 이야기 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