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소설이긴 하지만 7화라는 짧은 분량이기 때문에 처음엔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소설입니다. 소설의 분위기도 생각보다 막 어둡지는 않고, 장르도 판타지다 보니 좀 재미있게 밝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읽기 시작한 거였어요. 그리고 소설 곳곳에 끼어있는 판타지 요소도 – 램프의 요정 지니의 여동생인 제나, 제나가 들어준 소원으로 주인공을 셋으로 만든 것 등 – 흥미로운 설정이었고요.
소설 속 주인공 부부인 맹하나와 영재원은 장난감을 쌓아둔 창고에서 램프를 발견하고 하나가 그것을 건드려서 그 안에 잠든 요정 제나를 깨웁니다. 제나는 하나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는데 하나는 아들 서진을 키우는 힘이 힘들다고 느꼈기에 자신을 두 명 더 복제하여 육아와 집안일을 분담하려고 합니다.
이 부분에선 제가 좀 의외라고 느꼈던 것이 만약 저한테 저런 소원들어주는 램프 요정 같은 존재가 나타난다면 그냥 다른 것 없이 부자 아니면 로또 1등 것도 아니면 무조건 성공하게 해달라고 빌었을 것 같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하나는 그런 소원을 빌 기회가 되었으면서도 주변의 사례를 살펴 아들을 더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의미로 소원을 빕니다.
하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여자 임원이 일에 집중하느라 아이를 케어하지 못했고 그 때문에 아이와 커서도 좋은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점과 그것이 마음의 짐이 되어 분명 사회에서 성공을 했음에도 자신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여기는 걸 알아채는데, 이 점은 충분히 사회 속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자신의 직업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후회하는 여성들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라 잠깐 언급된 사례임에도 굉장히 씁쓸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와 반대되는 남자 임원 사례와 비교하면 더욱 더.
그래도 여전히 부자 될 기회보다 엄마인 자신을 셋으로 나누는 하나의 소원은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점은 읽는 제가 미혼이고 소설 속 주인공은 기혼이기에 나올 수 있는 차이점이 아닐까 싶어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육아와 출산 관련 용어들도 좀 생소한 부분도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선 진심 제가 무지했던 것을 느꼈습니다.
맹하나는 육아 때문에 사소한 일상까지 희생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나를 이용하여 자신을 복제시킨 뒤 그들에게 두나와 세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지만 복제 인간들은 하나와 같은 기억, 같은 자아를 가진 존재였기 때문에 갈등은 필수요소였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요정 제나는 사람을 없애는 소원은 들어주지 못한다는 제약 때문에 복제인간들을 과연 어떻게 처리할까 읽으면서 걱정을 했는데 이 부분은 예상외로 남편인 재원이 생각지도 못한 소원을 빌면서 깔끔하게 해결됩니다. 아마 나였으면 저런 엔딩은 생각하지 못하고 서로 죽고 죽이는 파멸 엔딩을 냈을지도 모를 일;;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육아란 것은 제삼자 입장에서 봐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여실히 느꼈는데, 물론 소설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아니며 나름 부부가 현명하다면 현명할 수 있는 선택으로 마무리되어서 다행이랄까요? 그런데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저렇게 난리라면 여럿을 키운 우리 부모님은 또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본의 아니게 불효녀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