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한남 공모(감상) 브릿G추천 이달의리뷰

대상작품: 기묘한 리듬 (작가: 젠틀레인,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20년 9월, 조회 619

예술한남이란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땐 사람을 너무 불쾌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이 글을 읽으니 아! 이게 예술 한남이란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은 단적으로 말해 무능하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 예술 한남이라 부르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무능해서가 아닌 주인공 특유의 마초성과 여성성에 대한 집착, 왜곡된 현실 인식과 자신만의 예술세계로의 도피. 그런 점 때문에 이 주인공을 예술한남 이라고 부르고 싶다.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객관적 세계와 주인공의 주관적 세계를 분리해내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이는 주인공의 무능함과 왜곡된 자아를 돋보이게 한다.

글의 서두에서 나는 여자 과장의 헤어스타일 변화를 칭찬하지 않아 꾸중을 당한다고 서술한다. 즉 내 일의 수행에 대한 책임이 아닌 과장의 비위를 맞춰주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이렇게 비위를 맞춰주는 것을 사회생활이라 표현하며 예전에 예술을 하며 충만했던 자신을 회상한다.

주인공에게 책임감은 없고, 자기가 잘못을 했다는 자각도 없다. 물론 일을 열심히 하는데 정말 이유 없이 혼이 나는 그런 경우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다음 과제를 통해 주인공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을 날려버린다. 에어컨을 옮기게 하는 것이다. 작중 배경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통근버스를 운영하고 조교와 학장 등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어떤 대학,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체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교수가 이야기하는 에어컨을 옮겨달라는 말은 시설팀에 연락하고 행정처리를 해 달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주인공이 기술직으로 들어온게 아닌 이상, 실외기와 에어컨의 배관문제 때문에라도 그걸 주인공에게 직접 들고가라고 생각하긴 좀 어렵다. 그러나 주인공은 이걸 어떻게 옮기는지 알아보는 대신에 건장한 교수의 마초성을 부러워하기나 한다. 주인공의 내면에는 시스템 내에서 움직여야 하는 어떤 고민 대신에 이 무거운걸 나에게 옮기라고? 지가 더 튼튼하면서? 같은 일차원적 생각이 전부 다 인것 처럼 보인다.

이는 곧 사고로 이어진다. 근로장학생을 데려다가 아무런 도구 없이 무리하던 중 에어컨과 근로장학생을 박살 낸다. 무릎이 박살난 근로장학생을 옮길때 조차 주인공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연인이다. 심지어 이 키스하는 연인에 대한 집착은 보건센터에 가서 근로장학생의 상태를 듣고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된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자신의 실수로 근로장학생, 그것도 중요한 대회를 앞둔 학생의 무릎을 박살내 놓고선 그 학생에 대한 걱정이나 자신의 실수에 대해 자책을 하는 대신의 연인의 키스 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맨 처음에 자신이 꾼 꿈. 즉 어떤 예술적 영감과 연결하려 한다.

여성 과장의 비위를 맞춰주지 않아 혼나는 나.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하는 대신에 교수의 건장한 육체를 보면서 가지는 어떠한 억울함. 마지막으로 자신이 한 실수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대신에 관음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하면서 그것을 어떤 예술적 영감을 위해서라 포장하는 것까지.주인공의 이런 행태는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이렇게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적 과업들을 제 멋대로 처리하고 주변인들이 그 실수를 수습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부당한 압력으로 해석하고 자신만의 예술 세계로 도피한다.

끝에서 학생의 부모에게 학교에 보상을 문의하라는 조언을 해 주는데, 주인공은 이미 학교를 그만둔다는 선언을 한 상태다. 학생 측에서 사태를 파악한다면 당연히 중요한 연주회를 앞두고 무리한 작업지시를 시킨 주인공에게 걸 것이고, 학교 측에 건다고 하더라도 주인공까지 그 책임이 내려오는 것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병실 앞이 소란스럽다는 것도 아마 주인공이 학생 상태에 대해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가 학생 부모가 연락을 하면서 알게 되고, 그 와중에 소란이 발생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읽는 내내 그 예술 한남의 왜곡되고 뒤틀린 자아 때문에 시종일관 불쾌했다. 그래도 그런 행태를 잘 묘사한 것에 어떤 의의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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