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한 번 쯤 ‘발신자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전화’를 받아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때 이 발신자 미상의 전화는 보통 잘못 걸린 전화이거나, 스팸 전화이거나, 아니면 휴대폰 번호를 바꾼 지인이거나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지간해서는 이 경우의 수를 거의 벗어나지 않습니다. 업무 상의 이유 등이 아닌 이상 굳이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 이유도 거의 없으며 마찬가지로 받을 이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굳이 이 경우들을 벗어난 전화라고 해봐야 장난전화 정도일텐데, 기술의 발달로 발신자를 역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생기면서 그마저도 많이 줄어든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이 글에 나와있는 전화의 경우는 방금 이야기한 ‘경우의 수’ 내에 있는 전화일까요? 일단 처음은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뒤로 갈 수록 드러나는 목적은 전화가 절대 경우의 수 내의 목적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목적은 스팸도, 잘못 걸린 전화도 아니었습니다. 굳이 따져보자면 지인의 전화겠지만 초등학교 이후 만난 적이 없으니 사실 이 부분은 애매한 편입니다.
그렇다면, 장난전화로 봐야 할까요? 그렇게 치부하기도 모호한 것이, 전체적인 내용을 따지고 본다면 이 전화는 어떤 목적(그것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이 있는 전화입니다. 장난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편에 속하는 셈입니다. 만약 이 전화가 실제로 누군가를 기분나쁘게 만들 요량의 전화였다면 모를까, 안타깝게도 우리로써는 그것을 판단할 수가 없으니 따지고보면 정확한 정답은 없는 셈입니다.
이 글의 특징은 이 일반적인 전화도 아니고 장난전화인지도 애매한 통화 내용을 녹취록처럼 제시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글의 마지막은 마치 전화를 받은 사람이 끊어버린 것처럼 애매한 곳에서 마무리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전화의 끝에 무슨 일이 있을지, 이 전화가 장난일지 진실일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전화 이후의 상황에 대해 대충이나마 짐작이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 정도의 혼돈과 공포, 불안감일 것입니다. 이 글은 완벽한 끝맺음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완벽한 엔딩이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마무리를 기획하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예상치 못한 목적의 전화가 끝난 후의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상상력을 자극하는데는 성공하셨다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