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주인공이 과거 낚시터에서 물고기에게 물어뜯긴 손가락을 다시 찾는 데서 시작합니다. 황당한 일이지만 그 손가락은 자신의 집에서 발견했고 놀랍게도 원래대로 원상복구가 되지요.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사람들은 대개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하거나 도깨비 소행이라고 하는 등 인간이 아닌 초자연적인 무언가를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소설의 전개와 결말을 본다면 여기에서 주인공을 위협하는 대상은 한국 설화나 괴담 속에 등장하는 신이나 귀신과는 거리가 먼 모습입니다. 우리나라 설화에서도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 빈도는 적은 편이며 대개 한국의 설화든 괴담이든 인과관계를 유추할 수 있게끔 단서를 이야기 속에 두거나 설명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뭔가 다른 나라의 설화나 괴담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쪽 이야기들이 더 확실한 기승전결을 요구하는 성향이 있어보인달까요. 하지만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는 그야말로 해석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자연에서 비롯된 초월적인 짐승인지 아니면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존재인지 주인공은 감히 해석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자신한테 벌어진 신기한 일을 가까운 지인에게만 털어놓고, 그로부터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경험한 블로그가 있다는 걸 듣게 됩니다. 그리고 블로그의 주인과 교류하게 되고요. 주인공은 블로그의 주인인 장희문과 함께 문제의 낚시터를 찾아 자신들이 겪은 이상현상을 알아내려 하지만 그 낚시터를 다시 찾아가게 된 행위가 처음부터 덫에 가깝다는 게 막판에 드러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나타난 소류지 자체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아니며 그 지역 사람들에게조차 갑작스럽게 나타나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 있는 것을 보면 설화 속에 등장할 법한 자연신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불길한 존재에 더 가깝게 느껴져요.
그리고 인간을 제물로 삼는다는 점에서 결코 인간에게 우호적인 존재는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서 나올 법한 존재 같기도 하고 현대의 도시전설 SCP 재단에서 관리할 법한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후반 주인공이 맞닥뜨린 그 소류지를 관리하는 인간들은 정부가 아닌 민간조직이라고 털어놓는데, 불길한 지역을 격리시켜 관리한다는 점에서 SCP 재단의 한국버전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 소설에서 특히 무섭다고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소류지의 괴물 혹은 신같은 초자연적인 무언가보다는 그것에 메여 벗어날 수 없게 된 주인공의 운명이라고 할까요. 마치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에서 주인공이 도시의 지배자들에게 사로잡혀 살인마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 소설 속의 주인공도 비슷한 운명을 거치게 되는데 거대한 존재 앞에 무력하기만 한 인간의 모습은 장르를 막론하고 읽는 사람에게 대리 절망을 느끼게 만드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