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보는 길의 풍경은 이미 달라져있다.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괴수를 위한 시간 (작가: ON, 작품정보)
리뷰어: 가온뉘, 8월 31일, 조회 34

* 이 글은 연재 중인 괴수시간 85편까지의 스포일러가 얼추 담겨있습니다. 최대한 배제했지만(mm

* 이전까지의 리뷰하고 달리, 정말 내내 좋아봇인 것 같습니다. 정말 좋아해요. 이 세계를 정말 사랑해…

 

이야기가 한 바퀴 돌았다. 아예 처음 가는 길과 두어 번 지나다녀 알게 된 길은 본래 감상이 달라지는 법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바퀴가 돌았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깨닫고 바닥을 구르기가 몇 번, 심호흡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시금 계승의 숲을 열었다.

유독 눈에 들어온 건 두려움이다.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는 것. 꺼려지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는 데가 있는 것. 한 바퀴 돌아온 독자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나, 무언가 두려워하는 이의 정체를 안다. 그렇지만 지난 번 읽었던 여정에서 그가 두려워할 것이 무언가, 를 생각하면 한 번 더 미궁에 빠지고 마는 거다. 처음 읽을 때의, 숲 속에서 길을 잃은 느낌과는 아예 다른 막막함이다. 단순하게 주변 이를 떠나보내는 거라고 하기에는, 그는 많은 죽음을 겪고 보고 느꼈다. 체념을 두려움이라고는 하지 않겠지.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과거가 풀리고 있지만, 글쎄, 아직까지 나는 두려움의 편린조차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기억 속에서 리현은 두려워하기 보다는 행동하는 쪽이었고, 덮어두기를 선호했지만 거기에 두려움이 있느냐고 하면, 글쎄다. 서아가 잘못될까 했던 건 걱정에 가까운 것이지, 근원적인 두려움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한다.

고민해봤자 답이 없다. 문장을 옮겨가자.

초행길에서 느꼈던 일상은 이미 앎으로 인해 약간 다른 세상이 되어있다고, 그 엷은 벽을 느낀다. 리현이 롬에게 말을 거는 행동은, 처음에야 그냥 흔한 고집사의 아침인사였겠지만 지금까지 흘러온 이야기가 비추는 광경은 다르다. 리현은 정말로 롬이와 아침인사를 주고 받은 것 일테지. 벌써부터 미궁을 거쳐 태어난 서아가 보게 된 새로운 세상의 결은 이런 식이었겠구나, 싶은 감상이 든다. 더 이상 일상적인 장면들은 평범하게 다가오지 못한다. 비일상과 일상이 엎치락 뒤치락한다 여겼던 초행길에 비해, 다시 읽어나가는 여정에서는 리현을 대표하여 보는 시선이 또렷하게 떠오르고 그만큼 모든 비일상은 일상으로써 자리한다. 오히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서아가 동떨어진 존재로 느껴지기까지한다. 일상의 대표자였던 그녀가 지금은 이질적인 존재라니. 이 작가님의 글은 여러 번 곱씹어 읽을 맛이 있다는 점이 나는 정말 좋다.

자잘자잘하게 흩뿌려진 이후의 이야기와 지금을 읽는 맛은 색다르다. 개인적으로 아이샤 누님과 그분(웃음)의 꽁냥거림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나로서는 “데이트!”하고 외쳐대며 뛰어가는 뒷모습이 유독 흐뭇할 따름이다. 처음에 저 문장을 읽었을 때 반쯤 오열했던 것에 비하면 꽤 바뀐 감상이 아닐까?

흐르듯이 읽어나가는 문장 사이사이에 정말 깨알같이 뿌려둔 복선들이 보일 때마다 매번 머리를 박고 만다. 멀대 아저씨 아님 아가씨. 이것조차 그 하나였음에 지금으로선 헛웃음을 흘릴 뿐이다. 왜 웃느냐면, 한 번 쭉 읽어보시라. 무슨 일이 벌어지나 꼭 봅시다. 처음, 초행길에 느리다 생각하며 그냥 스쳐지나간 게 사실은 복선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그 충격을 정말 부디, 필히, 꼭 느껴주셨으면 한다.

식인조 편. 개인적으로 여기 특유의 느낌을 좋아하는 파트다. 네 번째, 먹이를 보면 가져와달라는 부탁…이 나오는데라거나, 너무 마른 건 맛이 없잖아. 부분은 갑자기 아가리를 벌린 괴담 같아서 정말로 좋아한다. 뭐, 정작 그 괴담은 괴담 주인공 입장에서는 결국에 일상이라는 점에서가 묘미라고 느끼지만.

이리 튀고 저리 튈 테지마는, 식인조 편에서 주현이 자기는 어떤 새일까, 하고 고민하는 모습이라거나 이후 서단이 편(야차)에서 어머님의 이름이 명확하게 등장해서 그 개인이 되는 부분도 정말로 좋아한다. 한창 사회쌤한테 추격당하다가도, 이런 날이 오면 힘없이 떨며 죽음만 기다릴 거라 생각했는는데 생각보다 멀쩡하다고 고백하는 주현의 모습도. 삶은 저마다 자기 자리에서 싸운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그런 생동감이 비치는 모든 자리를 사랑한다. 영웅서사의 주인공처럼 위대한 인물이 아니더라도, 그냥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조차도 그 생명력을 지니고 있으리란 것이, 그래서 사람이 살아가고 그 어떤 역경과 고난이, 재앙이 밀려오더라도 결국에 인간은 어떻게든 살아나가리라는 그런 반짝임이 너무나도 아름답다고.

잔잔하고 느즈러진 전개 속에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는(물론 잔잔하기만 하지 않다! 절대로!!), 들풀 같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반짝임을 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읽어주셨으면 한다. 마침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고, 괴수를 위한 시간은 상하 권 책처럼 두텁다. ON 작가님이 그리는 세계는 탄탄하니, 한 번 믿고 읽어주시라. 특히나 처음 읽는 감상과 그 후에 다시 읽는 느낌은 다르다. 분명히 다르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글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 다채로운 면을 정말로 사랑한다.

미궁이나 잠입 편도 정말정말 사랑하는데, 지난 두 리뷰에서도 이미 많이 떠든 것 같기도 하고 잘못 떠들었다간 분명 처음 읽는 분들에게 스포일러가 크게 되는 부분이 있겠지, 싶어서 말을 아낀다. 소장용으로 뽑으셨던 단행본을 n회독하고 있는 독자로써 정말 한 자리에서 읽어나갈 때 느끼는 그 특유의 맛이 있다고 감히 자부할 수 있다.

그러니,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엎어보는 건 어떨까. 두 번째로 읽는 순간, 모든 비일상은 다시 일상이 되어있을테니.

 

P.S. 그리고 서아를 사랑해주세요….서아의 랜선 이모가 올립니다….

P.S.2. 혹시라도,,,같이 읽고,,,떠드실 분,,,있으시면,,,,말씀만,,,해주세요,,,,,,,,,같이,,,떠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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