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과 프라이드, 짜장과 짬뽕, 그 너머를 위해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병아리를 줍던 날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잭와일드, 20년 8월, 조회 22

손오공 작가의 <병아리를 줍던 > 병아리의 삶에 인간의 일생을 투영한 한편의 짜여진 우화이다. 우리는 학창시절을 거치며 똑같은 옷을 입고, 각이 식판에 담긴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교실에서 규격화된 삶을 살아간다. 졸업을 하고나서도 대기업과 공무원의 삶을 지향하며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 답답한 양계장 속에서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때맞춰 나오는 사료를 먹으며 성체가 되어 양념치킨과 프라이드치킨 하나가 되길 바라는 병아리의 삶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또한 소설에는 애초에 출발선이 다른 기울어진 사회에 대한 비판도 담겨있다. 한국은 공정한 사회일까? 영화 내부자들의 이병헌의 대사처럼 대한민국에도 정의 같은 달달한 것이 남아 있긴 걸까? 공정한 사회는 원칙의 공정성과 절차의 공정성이 준수되는 사회다. 공정한 사회는 원칙을 기준으로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이 합의하여 만든 게임의 규칙이 존재해야하고 룰을통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공정한 혜택의 기회가 돌아갈 있어야 한다. 또한 원칙의 공정성을 뒷받침해줄 투명한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 보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헬조선‘, ‘N포세대‘, ‘수저계급론 늘어나는 신조어는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헬조선 함께 거론되는노오력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노력노오력 다르다. ‘노력 달성가능한 목표를 위해 개인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면노오력 개인이 달성할 있는 최대한의 목표 이상을 요구한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할 없는 목표치를 설정하고 달성하지못하면 그것을 개인의 능력과 태도, 열정의 부족으로 돌리는것이것이노오력 실체라고 있다.

아냐, 브랜드 치킨집에 들어가려면 처음부터 브랜드 양계장에서 태어났어야 . 우리 같은 근교 촌구석의 삼류 닭장 출신한테는 이런 구멍가게 치킨집도 감지덕지라고.”

그런 치킨집에서 쓰이는 닭들은 일류 양계장에서 내놓은 우수 품종의 닭들이야. 너랑은 태생부터가 다른 치킨집 사장들이 싼맛에 왕창 사들이는 브로일러라는 품종이거든. 너를 낳은 암탉이 내새울 하나 없는 어중간한 닭인 나더러 어쩌라고. 억울하면 다음 생에는 백봉이나 청계처럼 귀하신 몸으로태어나든가.”

병아리는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아무것도 모르던 , 철없던 계란 시절에 순진무구하게도 탈출을 감행해버린 자신을 자책한다똑같은 출신의 친구들과 함께 있었으면 최소한 중간은 갔을텐데 왜 그다지도 어리석은 선택을 저질렀던 것인지,  화물칸 밖으로 굴러나갈 때 동료 중  누구도 자신을 말려주지 않았던 것인지, 병아리는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 일반적인 닭이라면 누구나 그릴 있는 제도권의 삶에서 일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자신만 혼자 뒤떨어져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병아리에게 현자는 이렇게 조언을 한다.

파닭, 소이, 스노윙, 허니갈릭, 화이트어니언, 그들의 차별점은 하나, 바로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낼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거거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좋은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이의 아버지로서 앞으로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많은 기회와 선택지가 주어지는 세상이길 바란다. 아이가 성장해나가면서 가장 많이 받게 질문 하나는 꿈과 장래희망에 대한 것일 것이다아이에게 꿈이 무엇인지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싶은지 묻는 상당히 흔하고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질문이 담고 있는 의미는 아이가 성장해가면서 ‘너는 도화지와 같아서 어떤 그림으로든 완성될 있단다너의 무한한 가능성을 맘껏펼쳐보렴에서 “이제는 무슨 일을 하며 것인지 정해야 하지 않겠니?” 바뀌어 것이다하지만 적어도 “네가 그걸 한다는 가능할까?”로는 변질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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