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가졌고, 모두 잃은 그는 바로 – 신입사원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신입사원 – 하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dorothy, 17년 4월, 조회 213

.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상, 하편으로 나뉜 중단편 작품은 브릿지에선 처음 접한 형식의 것이었다. 생소한 장르, 뒷골이 뻐근해지는 느낌. 단문 응원에도 언급했듯 이 작품은 아이스크림을 잔뜩 먹은 듯 띵한 느낌을 선사한다.

작품을 추천해달라는 글에 “공황장애에 걸릴 듯한 코스믹 호러를 느낄 수 있”다며 맨 처음으로 달린 추천 작품. 바로 「신입사원」이었다. 어떤 작품이길래 이 정도의 평을 내놓았을지 궁금해져 그 날 바로 첫 번째 완독. 그리고 이틀 후인 오늘, 나는 이 글이 주는 어떤 분위기에 이끌려 다시 찾아와 두 번째로 이 작품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1회독째엔 그저 신경쓰지 않고 지나갔던 암시와 혼란스러움을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이렇게 추천사가 딱 맞아 떨어질 수 있다니. 끝이 다가와도 힌트조차 주지 않는 “꿈꾸는 자”는 누구인지, 그가 꿈꾸는것과 깨어나는 것을 지키는 그 네 명은 단지

‘적합한’자들인 것인지. 꿈꾸는 자가 꾸는 꿈은 무엇인지, 깨어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원숭이들의 법칙은 먼저 온 자의 권능 앞에서 발휘되지 못함이 간단하게는 ‘전기의 사용불가’로 보여지지만 다른 법칙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먼저 온 자는 누구인지, 권능이라 함은 무엇인지 등 작가는 주인공 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한껏 안겨준다.

이상하리만치 간단한 공고, 일반 아파트 내의 사무실, 근무하는 사람의 수와 연령 등 어떻게 봐도 이상한 것 투성이인 회사이지만 현실에 쫓긴 우리의 주인공 세일은 그저 외면하고 만다. 엄청난 사원복지와 월급, 간단하기 그지없는 일까지 한순간에 모두 가진 그는 직장에 대해 한탄하는 주변 친구들을 보며 우월감을 느끼기까지 한다. 사실은 자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전혀 알지 못하면서.

 

“3시가 넘어가면 저 손잡이를 당기라고. 그리고 반대편 책상 보면 수화기 하나 놓여있지?”

 

어두침침한 사무실이었지만 책상 위에 다이얼도 없이 수화기만 덩그러니 있는 전화기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네 보입니다.”

“손잡이를 당기고 나면 수화기를 들라고, 신호 몇 번 안가서 누군가 받을거야. 그럼 3시가 넘어서 손잡이 당겼습니다~ 라고 말하라고.”

“네”

“끝!”

“네?”

“우리 일은 그게 끝이라고!”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신입 사원이 받을 수 없는 정도의 월급, 복리후생, 파격적인 신용등급까지 제공받는 세일씨. 하는 일은 단지 저것뿐인 것이 이상했던 그는 선임자들인 영감들에게 묻지만 모호한 대답만 돌아온다. 그는 중대한 인생의 진리를 잊고 있는 게 분명했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

세일 씨가 일한 기간이 길어질 수록 독자는 그의 꿈 속에서 헤매인다. 원숭이들이 만든 문명, 그리고 원숭이들의 왕이 된 꿈을 꾸는 그는 모호한 경계에서 복선인지 아닌지 모를 것들을 툭툭 내던진다. 대부분의 원숭이-인류를 뜻한다-가 바라는 삶을 사는 그는 이내 오랜 시간 병을 앓던 어머니의 차도와 함께 간호사 아내를 얻기에 이른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얻고 난 후 주인공의 머릿속 목소리는 이렇게 말한다.

‘곧 몰락할 원숭이들의 문명에 또 하나의 원숭이가 늘어나는구나.’

그제야 스쳐 지나갔던 단어의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한다. 방사능, 과천, 비밀, 전술핵, 화학 병기, 몰락, 원숭이들의 비명… 꿈꾸는자가 깨어나면 지금 문명이 몰락한다. 그가 깨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원숭이’들의 희생이 필요한 것이다. 세시가 다 되어서야 그를 깨달은 주인공은-그리고 독자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작가는 다시금 처음의 면접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세일 씨 어머니 이 병원에 입원해 계시죠. 세일씨 손으로 어머니의 목숨을 끊어야만 전 인류가 살 수 있다면 어떡하실건가요?”

삼성 병원 임지연교수의 질문들은 모두 작품을 관통한다. 진행되는 내내 떠올리게 하는 마법의 질문들이다. 독자는 저 질문에 세일 씨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굴욕감에 펑펑 운 것을 기억해낸다. 처음부터 작가가 주인공의 선택을 염두에 두었음을 깨닫는다. 고개를 끄덕일 밖엔 없다.

앞에도 기술했듯 끝내 깨어나고야 마는, 꿈을 꾸는 자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단지 으스스함과 녹아내린 네 명의 종복, 그리고 한 명의 선택만이 있을 뿐. 이 작품은 친절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로 인해 형성되는 분위기가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음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는 데 한 표 던진다.

아쉬웠던 것을 굳이 꼽자면, 오탈자가 많다는 점이다. 정리를 한 번 깔끔하게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이 리뷰를 보신다면, 고려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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