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국 씨가 쥐를 잡아 다행이다.(스포일러) 비평

대상작품: 쥐를 잡아 (작가: 조나단, 작품정보)
리뷰어: 양하쓰, 17년 4월, 조회 43

<쥐를 잡아>는 다리를 다친 후 한량이 되어 집에서 술을 퍼마시는 달국 씨가 주인공이 단편이다. 달국 씨의 마누라는 함바집에서 일하고, 딸 영미는 초등학교에 다닌다. 달국 씨는 마누라에게 찍 소리 한 번 못하는 신세로 다리를 다치게 된 후 일을 하러 나가지도 못하고 쓸데없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어느 날 달국 씨의 마누라는 부엌에 있는 쥐를 잡아놓지 않으면 저녁밥은 없다며 엄포를 놓는다. 마누라가 집에서 나가고, 영미는 놀이터에 간다. 부엌에 혼자 남은 달국 씨는 쥐를 잡게 된다. 자꾸 병신이라고, 쓸데없는 병신이라고 자기를 놀리는 쥐를.

요리조리 도망치는 쥐를 마침내 잡은 그는 자기도 생각지 못한 어떤 짓을 저지르게 된다. 이를 보게 된 건 딸 영미였다. 영미는 쥐를 주먹으로 내리치며 잔혹하게 죽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경악해 오줌을 지린다.

달국 씨가 쥐를 잡은 후 처참하게 죽이는 장면을 보며 떠오른 건 단 하나였다. 달국 씨가 쥐를 잡아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마누라나 딸 영미를 잡았으면 어쩔 뻔했는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

이 작품을 보며 국어 교과서에 실릴 법한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국 씨가 다리가 불구인 것도 그렇고, 쥐라는 소재도 그렇고, 개발 중인 산동네라는 배경도 그렇다. 다 교과서에 실린 글 중에서 보았던 특징들이다. 달국 씨의 신체적 불구와 정신적 결핍은 <비 오는 날>, <병신과 머저리> 등에서 찾을 수 있으며, 쥐라는 소재는 <배따라기>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더 열거할 수도 있으나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리뷰를 읽는 분들이라면 대개 ‘교과서에 실릴 법한’이 무슨 뜻인지 아시리라 생각한다.

달국 씨가 쥐가 말한다고 느끼는 장면이 무섭고도 슬프게 느껴졌다. 그는 다리를 다친 후 무력감에 젖어 하루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마누라와 딸이 저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괘씸했지만 현실에서는 입 한 번 벙긋 못하고 있다. 자신을 낙천적인 사람이라 보지 않으면 현실을 이겨낼 수가 없는 게 그였다. 그런 그의 분노는 쥐에게 향한다. 쥐는 그를 구박하는 가족들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그가 품은 자기혐오와 자기연민이기도 하다. 쥐를 죽이면서 그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 있다. 어떻게 해야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거냐고 묻는다.

우리는 모두 쥐를 잡고 싶어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책망하는 쥐를. 그 쥐는 도망의 명수라서 여기저기 잘 숨어다닌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고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법이다. 그러나 쥐를 잡아 죽이면 뭐가 바뀔까. 그 쥐는 말하지 못하게 될까. 아마 아닐 것이다. 진짜 쥐는 자신의 안에 기생하고 있으니. 그 쥐는 내 입을 빌려 말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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