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을 시작해야지”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괴수를 위한 시간 (작가: ON, 작품정보)
리뷰어: 가온뉘, 5월 26일, 조회 89

* 저는 괴수시간 이전, 배터리어 시리즈부터 읽어왔던 독자임을 미리 밝힙니다!

* <발걸음이 비끄러진 그곳에는> 이후의 두번째 영업글… 적어도 파트 4의 끝인 50편까지만이라도 같이 읽어주세요(mm

실상과 허상,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이 저마다의 삶에서 투쟁하는 인간찬가의 이야기. (이하, 괴수시간으로 칭함)

 


당신이 살아 숨쉬는 지금이 현실이라고 단언할 수 있나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이렇게 얄팍한진데,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요. 만약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이야기는 여타 웹소설과는 달리 전개가 늦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한두 편 사이에 자극적인 장면이 모조리 등장하는 짧은 호흡의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리뷰어 본인은 퇴마록을 매우 즐겁게 읽은 독자로서, 종이책으로 된 두꺼운 이야기를 즐거워하는 사람들이라면 거기에 인간찬가의 메세지를 좋아한다면 틀림없이 <괴수시간> 역시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공들여 쌓은 탑이 물컥, 쓰러지는 느낌을 좋아하신다면, 한번 앉은 자리에서 못해도 파트 4의 끝인 50편까지 읽어나가면 어떨까.

프롤로그인 계승의 숲은 그럴싸한 판타지로 시작하는 듯 하다. 그렇지만 본편으로 들어가면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와 어디 팔이 아프시다는 청년 하나, 그 청년을 형형 하고 부르고 있는 경찰지망 대학생 여자애, 서아가 나온다. 아니, 이게 왜 환상소설이야, 설마 로맨스 소설임? 이라고 하신다면 성격이 너무 급하다. 조금 더 읽어나가자, 그냥 평범한 검진, 평범한 길거리…였을텐데, 불쑥 튀어나온 인물이 조금 이상하다. 어린 아이가 자신도 이곳에서 몇 백 년은 살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다가 데이트를 외치며 달려나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갑자기 눈 상태가 어찌고 저찌고. 평범한 줄 알았던 쳥년, 리현(이현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이건 작가님이 설치한 장치가 맞다. 한 번 맞춰보심은 어떠할지.)은 무슨 인간 포토샵마냥 사람 홍채색을 뚝딱 바꾸기도 하고.

방금까지 읽었던 평범한 현실이 도대체 어디에 남아있나.

파트1부터 ON 작가님은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허물어버린다. 익숙해보이는 학교 정경에는 식인조가 살고, 뒷자락에는 이건 뭐 투명인간 같은 게 식인조를 사냥하려 들고, 숨겨진 공간으로 가면 거기에는 또 도깨비도 산다. 익숙한 것들은 그저 우리가 그렇게 보고 있을 뿐, 얄팍한 경계선은 언제나 말도 안 되게 바스러지는 거다.

그런 이야기들이 모이고, 또 모인다. 곁가지부터 중심부로, 경계선을 계속 비틀거리면서. 하나의 커다란 풍경을 만들 때까지. 작은 강들이 모여, 기어이 그 끝에서 깊은 바다로 모이는 것처럼.

개인적으로 파트 4까지는 제발 읽어달라고 간청하는 이유가 있다. 딱 한 문단만 인용하도록 한다. 만약 이조차도 스포일러다 싶은 분들을 위해 가려두기는 한다.

사실 제일 맘에 드는 부분을 옮기고 싶었으나, 이건 이리저리 너울대는 이야기를 다 읽고 속으로 쌓아온 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하여 그나마 덜 문제가 있었고 그럼에도 좋았던 데를 가지고 왔다.

대체 서아가 어디에서 뭘 어쨌기에 저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다면, 부탁드린다. 꼭 50편까지 쭈욱 읽어주시라.

그리고 그저 평범한 인간이, 자신이 알던 세계가 무너지고서도 힘차게 저항하는 이야기의 결말까지를 함께 지켜보면 좋겠다. 이 작가님의 다른 시리즈의 엔딩을 이미 보았던 사람으로서, 감히 추천드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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