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는 호랑이와 표범, 곰처럼 용이 실존하는 동물인 세계관의 한국.
멸종되었다고 생각된 용이 갑자기 나타나 길을 지나던 어머니에게서 아이를
채어가는 납치 사건이 발생합니다.
여기에서 용은 단순하게 파충류로 분류되어 피를 제외한 모든 신체가 사람에게
몸보신 되는 보신 약용 동물이면서 물 속을 다니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기후를 조정
하고 말로 대화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의 지성을 가진 신수(神獸)입니다.
일제강점기에 강행된 해수구제사업으로 위에 적힌 호랑이, 표범, 곰과 같이 사냥
토벌되어 대외적으로는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동물이었지요.
납치사건이 일어난 용송시는 난리가 납니다.
방송인, 수렵인, 관광객, 동물애호인과 국가관리까지 모여들어 멸종된 지 100년 된
용의 아동 납치사건을 조사하고 분석해서 해결하려고 하는데
가장 신뢰도 높게 평가되던 ‘용이 아이를 잡아먹었을 것’ 이라는 교수의 인터뷰에
용송경찰서의 용 경장은 심하게 흥분하며 부정하고 그 즉시 아이 부모를 찾아가
안심시킨 뒤 홀로 비밀스럽게 조용히 용의 행방을 수색하기 시작합니다.
저수지를 뒤지고 다니던 용경장은 물 속에서 용이 사는 레어로 통하는 입구를 발견
하고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용과 납치되었던 아이를 찾게 됩니다.
용 경장이 인터뷰를 부정하며 확신했던 ‘용은 절대로 인간을 잡아먹지 않는다’ 는
주장은 인간이 용의 자손이라는 전설이 진실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전설일 뿐이지만 용은 사실을 알기에 절대 인간을 잡아먹지 않는거지요.
그렇게 조상이라는 뿌리가 같아도 자손들이 성장하는 모습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원하는 멋대로 자라난 자손은 이미 조상과 분리된 존재기에 뿌리를 잊고 용을
사냥해 몰살시키고 잡아먹기도 하고요. 이미 용과 인간은 서로 다른 존재입니다.
자식도 마찬가지겠지요. 자아가 있는 이상 자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하고 부모가 시키는 일에 고집을 부리고 반항하게 됩니다.
스스로 생각해 결정하는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성장 과정이기에 그런 분리가
서운하고 외롭더라도 그것은 부모가 감당해야 할 영역입니다.
다른 아이로 외로움을 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아이도 성장해 언젠가는 성인이
되고 자립을 할텐데 그때 같은 외로움이 다시 찾아오게 되니까요.
외로움을 겪지않으려고 아이가 원하는 성장과 자립을 막는다면 학대가 되버리고요.
자립해 홀로 서려는 아이에게서 부모는 반드시 졸업해야 합니다.
성장한 아이는 부모와 닮았더라도 전혀 다른 사람이니까요.
여행을 하거나 반려동물을 돌보거나 하는 등의 외로움을 달랠 방법은 많습니다.
상대를 멸종 시키지 않을만큼 멀지않게, 생활을 방해하지 않을만큼 가깝지 않게
필요한 만큼의 유대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가족 간에 더욱 돈독해지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성한 자녀가 자립하여 외로운 부모가 스케일 크게 사고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소탈하고 융통성 있어 보이는 파출소장님이 지역사회의 연고와 인척이 얽힌 개 사건에서
시댁 어른에겐 약하게 나갈 수 밖에 없어 고생하는 한국 며느리적 모습과 김 순경이 꿈꾸
었던 성공적인 잠복 수사, 제대로 훈육해 줄 새 주인을 만난 세바스찬 까지 세세하게 한국
적이고 작은 재미가 있어 적지않은 분량에도 즐겁게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