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리뷰를 쓰게 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어떤 작품이든 장점 3가지와 단점 3가지를 꼽는 방식으로 갈 계획입니다.
(단점 안에 ‘자주 보이는 오타’같은 건 포함하지 않겠습니다.)
먼저 이 <나이트캡 랩소디>는 곧 마감되는 리뷰공모가 있나 살펴보다가 기간이 하루 남은 걸 보고 클릭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화랑 달리 5배는 되는 분량의 1화를 계속 보다가 포기할까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진면목은 1화의 3/4지점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그 이후에는 어? 하는 느낌과 함께 말도 안 되는 흡입력을 가지고 끝까지 읽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작품설명에 나와 있듯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캐릭터들이 특이합니다. 캐릭터로 스토리를 끌고갈 때 흔히 이용되는 방식은 캐릭터의 특이한 매력을 계속 어필하거나 캐릭터에게 미스테리를 심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함부로 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진 독서동아리 부장 ‘지유’와 수위높은 학폭의 가해자면서 이상하게 지유 앞에 약해지는 독서동아리부원 ‘민근’이 기본적인 여주와 남주 포지션으로 등장합니다. 여기서 지유는 계속해서 과한 드립을 날리며 매력을 어필하고, 민근은 현재 교사 집에 얹혀사는 이유, 전대미문의 폭력사건, 그럼에도 퇴학당하지 않은 이유까지 심할 정도로 과하게 미스테리들을 안고 있습니다. 위에 말한 요소들이 다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민근까지 포함해서 양아치 무리인 덩치 큰 바보포지션의 ‘연경’과 빡빡머리에 ‘그저 살아있으니 살아가는’ 귀차니스트 ‘민재’ 도 등장합니다.
단점을 먼저 말하자면,
(특히 앞부분에 집중되어 있지만) 기본적인 캐릭터들의 행동과 특징이 일본애니메이션의 느낌이 많이 납니다. 정말로 앞에만 읽고 있다면 이후에 티격태격하면서 바보짓들의 향연이 계속될 거고 결국 흔한 이벤트인 체육대회와 축제, 방학 등을 웃기게 채색해나갈 소동극들이 예측됩니다. 아마 그런 일본특유의 개그 일상물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은 여기서 많이 떨어져나갈 거라 생각합니다.
또 개그의 폭도 기본적으로 상식선을 많이 넘어가는 부분에 집중됩니다. 작중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의 기행이나 테이저건을 쏘는 의사가 그런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이것도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문제가 됩니다.
남주와 여주의 포지션도 챕터1인 <기간한정 스페셜 빙수에 찹쌀 떡을 올리고 싶어>에 집중되지만, 전형적인 권력관계의 성반전으로 유머스러움을 유발합니다. 지유가 민근에게 하는 언행은 남녀가 바뀌었다면 성희롱이나 성추행에 해당하지만 이것을 개그로 활용하고 있죠. 애니메이션 아니면 이렇게 선을 넘진 않겠지만, 시트콤에서도 이렇게 ‘당하는 남자’와 ‘괴롭히는 여자’ 포지션은 자주 활용됩니다. 이것 역시도 불쾌하게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중간에 ‘뒤로’를 클릭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소제목을 보면 느껴지듯, 참 소소하고, 일상적인, 어쩌면 유치할 수 있는 요소를 예측하고 안 보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 망설였으니까요. 물론 그 풍기는 느낌대로 별거 아닌 거에 목숨 걸고, 집착하며, 그것을 위해 뭐든 하게 되는 것이 일종의 청춘을 은유하는 거라면 그것 나름대로 작가님의 의도라고 봅니다. 그걸 추구하는 분들은 들어와서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는 주로 단점들이었고, 이제 앞으로 말할 장점들은 약간의 스포 없이는 말할 수 없습니다. 위에 내용들을 읽고 별로 마음이 끌리지 않으시는 분들은 그만 읽으셔도 됩니다.
작가님에게는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스포를 하겠습니다. 작가님의 의도가 혹시나 그냥 평범한 일상학원물이겠거니 하고 들어왔다가 갑자기 뒷통수 맞은 듯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면, 제가 그걸 약간 방해하고 있는 거니까요.
약간의 스포만으로도 그 놀라움이 반감될 것 같아서 사실 자제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하겠습니다.
혹시나 평범한 일상물 별로 안 끌리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 생각 저 편에 뭔가 좀 특별하고 극적인 내용을 원해, 란 생각이 있으시다면 밑에 장점(+스포) 읽지 마시고 바로 작품으로 가시길 추천합니다.
급하게 올리는 마음에 플롯이나 테마, 기승전결 같은 비평 용어들은 빼겠습니다. 다른 부분에 집중하게 되겠는데요.
저는 참신성에는 일단 플러스 점수를 (많이) 주는 편입니다. 참신함들은 전부 장점이 되겠죠?
첫째로 이 작품의 놀라운 점은 ‘장르 혼종’입니다.
방금 읽었음에도 말이 안 되는데, 정말 너무나 많은 장르가 섞여있습니다.
아까 말한 1화 3/4지점에 5월 23일의 사건이 등장하면서 읽다보면 모두 어라? 라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거기서부터 뭔가가 일상을 벗어나고 일상 장르가 흔들림을 느낄 것입니다. 갑자기 미스테리, 추리가 더해지게 되죠. 그리고 스케일도 커집니다. 물론 그 긴장감이 극을 지탱하고 있지만 챕터 1은 전반적으로 학원물스럽게 흘러갑니다.
챕터2 <박각시나방의 증명>에 들어가면 총신이 잘린 권총? 뭔가 평범하지 않고 인간의 것이 아닌 느낌의 호러도 가미됩니다. 스포라 자제하지만 챕터2부터 오컬트적인 현상이 극의 중심이 되고 갑자기 SF로 점프해버립니다. 이제 갑자기 앞에서 뿌려놓았던 상식 밖의 것들, 테이저건 쏘는 의사가 오히려 이상한 개연성을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오히려 복선이죠. 챕터3으로 뛰면 붉은 악마 대화재? 갑자기 대체역사물인가 싶다가도 짝사랑에 빠진 등장인물의 뒤틀린 내면을 파고들어 스릴러인가 싶은 느낌도 줍니다.
솔직히 말해서 챕터2부터는 이 다음에는 과연 어떤 장르가 갑자기 튀어나올까? 하는 기대로 읽게 만드는 신기한 마력이 있습니다. 요즘 장르혼합이 대세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예측불허이고 여러 개를 섞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둘째로 예상 밖으로 확 튀는 건 장르 뿐만이 아닙니다. 전개의 예측 불허성도 특징이죠.
스포라서 물론 내용과 반전을 즐기는 재미는 독자들에게 남겨놓겠습니다만, 갑자기 이런다고?
절대 진행 중에 이렇게 될거라 예측 못한 부분으로 스토리가 달려나갑니다. 물론 챕터1같은 경우 약간의 복선이 부족하긴 합니다만 챕터2는 나름의 복선과 개연성을 충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복선을 까는 기술도 있고, 챕터1의 4화 마지막 부분처럼 궁금증을 남겨 다음을 보게만드는 기술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은 기본기라고 봤을 때,작가님의 특별한 장점은 이 예측을 깨는 전개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특이한 캐릭터들을 데리고 결국 뻔한 전개로 가게 하는 건 생각보다 많이 있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특이한 캐릭터들을 특이한 전개로 이끄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셋째는 여운을 남기는 각 챕터의 엔딩을 뽑을 수 있습니다.
여운을 남기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특히 이쪽에 남다른 재능이 느껴집니다. 단순화 하자면 열린 결말-애매모호-찝찝하게 남기기 등, 이 3가지가 교집합이면서 다 다른데 전부 사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특히 챕터2가 제일 좋았는데요. 중간에 하얀 머리 소녀와 다시 대면할 때 그 느낌과 연출은 뭔가 자아분열 같았습니다. 여러 현실이 갈라지는 느낌을 받아서, 인셉션 엔딩 혹은 셔터아일랜드를 봤을 때처럼 복합적으로 혼란스러우면서도 충격이 밀려왔습니다.
아, 작가님께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챕터2의 화자는 재민에게 어떤 해코지를 당했나요? 다리부상인지 모함인지 보면서 둘 중 어느 것인지 혼란스럽더라구요. 여러 번 다시 읽었지만 제가 못찾는 것인지 일부러 모호하게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 모호함이 위의 충격을 더한 것이긴 한데, 작가님의 의도인지 제가 못찾은 건지 확인하고 싶네요.
이 부분의 확인도 독자 분들의 재미로 남겨두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점 하나 더, 특유의 대구법이라고 하나요? 비슷한 문장을 차이를 주며 반복하는 서술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직 연재가 진행 중이고, 미스테리들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할 작품입니다.
그저 공모가 끝나가니까 우연히 눌렀을 뿐인데, 예상밖의 놀라운 작품을 만나서 좋았습니다. 이런 공모 제도를 만들어준 브릿g에도 감사하네요.
여러분들도 이 놀라움을 같이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참고도 저도 학원물로 (지금 마감하는)공모를 했었고, 소설을 쓰고 있어서 참 배운 게 많았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