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패밀리는 다가오는 미래 가속한 지구온난화와 갑작스러운 대규모 지각변동으로
인해 국토 대부분이 물에 잠겨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로 변해버린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밀리터리 메카닉 SF입니다.
배경이 한국인 까닭에 익숙한 계급체계와 부조리를 볼 수 있어 군필자에게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전 해당 사항이 없어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면 한국군대 체계와 용어에 해박하며 밀리터리 메카닉 전투와
액션 묘사에 탁월하고 유머와 발랄함을 잃지 않는 작품이 많은데 장편인 이 작품에서도
그 장점을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과 비교적 가까운 소설이라면 군인 아닌 경찰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메카닉 SF
기룡 경찰 시리즈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주는 무게감은 다르지만요.
이 작품의 배경은 절망적입니다.
국토 대부분이 물에 잠겨 한국 주요 도시들은 섬이 되어버렸지만, 근근이 국가형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테러조직은 국가전복을 꾀하고 해적들은 도시를 누비며 약탈하고
이웃 나라들은 영해를 수시로 침범하며 간을 봅니다.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며 힘든 삶을 살아가는 환경임에도
그 최소한의 묘사나 설명 없이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를 유지하는데요.
이것이 작품의 성격임을 이해한다고 해도 천재지변으로 국토 대부분이 물에 잠겨
인공섬이 돼버리고 국가 치안이 불안해 치안전담부대가 만들어지는 상황을 읽으면서
한국이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는지 독자들 처지에선 궁금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작품에선 독자들의 궁금증과 이해를 도와줄 충분한 배경묘사나 설명이 없습니다.
그랬다면 전개에서 등장할 ‘국가 전복을 꾀하는 테러리스트’의 사연이 TMI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 필연적으로 설명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아쉬웠습니다.
아웃사이더 패밀리는 줄임말과 약자를 쓰지 않는 정직한 네이밍처럼 강렬하고 인상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비해 그 인물들의 묘사나 관계성을 보여주는 부분은 부족합니다.
아웃사이더 패밀리의 대척점으로 그려지는 악역 포트마피아 패밀리의 경우 에피소드 안에
그들에 대한 기본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 그들의 테러 활동이 납득할 수 있게 쓰인
분량과 표현이 주어졌다면 훨씬 매력적인 악역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주요 인물인 아웃사이더 패밀리 구성원 4명은 등장인물 소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정보인 한여름의 키가 185cm라는 사실은 본편 ‘영혼의 맞다이 (3)’을 읽어야만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부분에서도 작품에 쓰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작품에 쓰인 후에
상황을 알게 되고 독자는 ‘언제 일이 이렇게 진행된 걸까’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추풍락 대령이 너그러운 리더십으로 부하를 살피는 좋은 상관이라는 이미지는 있으나
한 달 만에 존경받는 상관에서 부하들에게 ‘아버지’라고 불릴만한 모습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고
한여름과 눈보라가 목숨을 맡기고 신뢰할 수 있는 전우애를 가진 동료라는 점은 알겠으나
서로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오빠와 동생’이 됐는지는 그냥 갑작스러울 뿐입니다.
그나마 이유미 부장은 나름대로 복선이 표현됐는데 적인 포트마피아 패밀리의 분량과 묘사가
부족해 놓쳤다는 느낌도 있어요. (이탈리아 네이밍을 사용하는 전원 한국인 테러리스트라뇨 )
‘아웃사이더 패밀리는 가족이다’라며 보여주는 감성적인 부분은 많지만 에피소드 진행 과정에서
보여줘야 했을 관계성을 구축하는 모습과 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우면서 과해 보입니다.
독자의 이해를 돕는 부분 없이 작가가 원하는 상황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우선하여
전개가 자연스럽지 않고 중간중간에서는 내용이 축약된 요약본을 읽는 느낌이 들어요.
작품에서 보여주려는 부분에 대한 마음이 앞서신 것은 알겠지만 감정을 조절하고 독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묘사로 이해와 개연성을 주며 같이 가는 이야기 진행이 필요합니다.
작품 뒷부분은 여러 가지 복선과 이야기들을 남겨둔 채 어수선하게 급한 끝을 맺었고
에필로그에 등장한 사신팔재회 이야기는 정말 뜬금없다고 생각합니다.
단편과 달리 장편은 힘이 많이 드는 작업임을 알고 있으나 마무리를 잘 짓지 않으면
이제까지 써왔던 내용이 초라해지지요. 앞으로의 장편 연재를 위해서라도 내용과 분량을
나누고 깔끔하게 연재를 마무리하는 뒷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점은 보이지만 여러가지 어색함과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연재 작품으로 만나 뵙길 바라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