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사랑하는 이들은, 그리고 그네들 중 삼국지를 읽은 이들은 언제나 자신만의 삼국지를 꿈꾼다.
가장 친숙한 꿈은 <반삼국지>같이 촉이 위와 오를 이기고 한 왕실을 부흥하는 것이리라. 아니면 <창천항로>처럼 조조를 사랑하는 봉건제 마조히스트의 꿈도 있을 것이며 <이문열 삼국지>처럼 자신만의 해석을 집어넣는 꿈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화봉요원>처럼 모든 이들이 한명의 인간인 삼국지의 꿈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대부분 그 모든 꿈들은 봉건제 마초이즘 수컷들이 가득한 삼국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그 궤를 가장 벗어난 작품은 아마 <화봉요원>일 것이나 그 또한 봉건제 수컷들의 삼국지라는 틀 언저리에 애매하게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삼국지몽>은 가장 특이하고, 현대적인 삼국지의 꿈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붕괴를 재건하고자 하는 유관장은 형제가 아닌 자매이며 미염공 관우는 조조에게 끌리지 않는 무성애자 등. 이 작품은 몇백년 이상 존재하여 퀘퀘히 먼지가 쌓인 삼국지를 쓸고 닦아 다시 풀어내는 현대적 번안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단점 또한 존재한다. 결국 삼국지에 대한 꿈이기에 삼국지의 큰 흐름을 벗어날 수 없는 꿈이다. 따라서 수많은 꿈들을 보고 들은 나는 초반부의 신선함 이후 큰 틀 안에서 번안되는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잠시 쉴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 꿈의 끝을 보고 싶다.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싶다.
이 꿈의 끝이 내가 원했던 꿈과 일치하기를 바라며, 지나고 나니 다 허망하더라 라는 본디 꿈과는 다른 결말을 보고 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