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는 순간, 멀어지는 순간. Lars의 영리함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Lars (작가: katarina, 작품정보)
리뷰어: 휴락, 19년 12월, 조회 35

언젠가 어디에선가 책에서 읽은, 혹은 읽고 제멋대로 재구성해버린 구절이 있습니다.

‘사람은 세상이다. 세상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은 사람과 살아갑니다. 매 순간 닿고, 멀어집니다. 늘 하고, 해왔고, 하게 될 일이지만 언제까지고 익숙해지질 않습니다. 언제까지고 서툴고 버겁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사람은 세상이고, 세상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때로는 어떤 놀라운 힘이 있었으면, 하고 공상에 잠기기도 합니다. 그런 것이라도 있어준다면 관계가 조금은 더 쉬워지지 않겠나, 하는 바램이죠. 하지만 바램은 바램일 뿐, 그것은 본질적으로 공허한 것입니다.

 

Lars에는 ‘새로운 감각’을 지닌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세상살이 역시도 그리 편하지마는 않습니다. 그런 힘을 갖고도 무용지물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그 힘 탓에 일이 꼬이고 어그러지기도 합니다. 단순히 수단과 방식이 얼마나 바뀌고 달라진들 결국 세상을 대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관계란 그렇게 힘겨운 것입니다.

어릴 적에는 더욱 힘듭니다. 가끔은 어린이 특유의 서툼이 의외의 묘수가 되어주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저 고장난 브레이크 역할에 충실합니다. 그렇다면 우린 나이를 좀 더 먹어 어른이 되면 좀 나아질까요? 안타깝게도 그것도 아닙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힘에 부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 더 쉽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마음과 마음, 관계와 관계는 너무도 쉽게 엇갈리고, 망가지고, 어그러집니다. 그것이 분해 어떻게든 해보려 애써도 잘 풀리지 않습니다. 이윽고 그것은 오기가, 객기가 되고, 나중에는 방황하다 타협이라는 이름의 포기가 되고 맙니다. 어릴 적 갖고 있던 것을 하나씩 버려가는 것. 그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들 하잖아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그러지 못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너무 이른 시기에 그런 과정을 갖기도 합니다.

아이다울 수 없었던 아이들, 어른답지 못했던 어른들. 그들이 다시 또다른 아이들과 어른들을 낳으며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 결론 자체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죠. 우리네 세상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 부조리한 것이니까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그중에서도 로빈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달관한 채 손 놓고 있을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아직 우리는 그 부조리함에 슬퍼할 수 있습니다. 화를 낼 수 있습니다. 부조리에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으면 뭐? 그게 어쨌다고!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우리는 하던 대로 살 뿐이야. 때로는 닿고, 때로는 멀어지면서, 사랑하면서. 비록 완전한 성공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 망가진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지는 방향으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관계는 쉽게 엇갈리고 망가집니다. 하지만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끝끝내 다시 닿고 회복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행동의 첫 시작에는 우리의 선의와 용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Lars는 SF라는 나름대로 낡은 장르와 북유럽이라는 생소한 배경, 사람과의 관계라는 오래된 고민, 그리고 작지만 분명한 진리 하나를 잘 버무린 작품입니다. 지나치게 독창성을 강조해 너무 생소해지거나, 너무 대중성을 강조해 색 자체가 흐려지는 실수를 영리하게 잘 피해갔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 또한 많은 기대를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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