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분명하게 이거다, 하고 밝혀지는 진상도, 진실도 없습니다. 일기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구성된 작품이므로 어쩔 수 없는 지점이지만, 지나치게 불친절한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불분명함, 그러니까 미스터리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진 글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사진 속의 남자가 누나의 남편이 맞는지, 그는 정말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인지, 화자의 짐작처럼 누나와 화자가 누나의 남편을 죽인 죄책감에 기억의 공백이 생긴 것인지, 또다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것인지 같은 것들은 그리 중요치 않은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과도하게 닫힌 형태의 작품으로 와닿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얼개를 따라가 보았을 때 결말부의 화자에게는 누나에게 사진이 있었던 것보다 노트에 남은 기록이라는 분명한 단서가 존재합니다. 또한 어떠한 깨달음이 빠르게, 또 누나와는 조금 다르게 찾아왔으므로 단순한 비극의 되물림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리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 좀 다른 상황이 찾아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