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먼저 작품에 대한 첫인상을 밝힌다. 이 작품은 주인공(이하 모스키토맨)과 선녀의 기이한 만남에서 시작한다. 첫 장면은 정말 매력적이다. 모스키토맨이 처음 본 아름다운 여자 선녀에게 사기를 당하는 것인지, 그가 정말로 세계를 구할 영웅인지 독자는 나름대로 판단을 내리기 위해 열심히 읽어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첫 막이 내리는 순간, 독자는 맥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이후 실연(?)과 사기를 당한 모스키토맨을 불쌍히 여긴다. 개인적으로는 과연 이렇게 선녀와의 만남이 끝나버리는 것인지 궁금해하며 다음 장을 읽어내려갔다.
이후 궁금증을 유도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전개가 좀 많이 혼란스러웠다. 작품을 느낌으로만 본다면 가벼운 듯하면서도 아스트랄하다. 또 음침하다기보다는 음험한 느낌이 강했다.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스키토맨의 심리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전개방식, 감정선 등 모든 면에서 평소에 보던 작품들과는 결이 너무도 달라 개인적인 주관조차 흔들려버리는. 밑도 끝도 없이 정신이 아득해지는 이야기였다.
이전에 잠깐 일했던 장르소설 출판사에서 이와 비슷한 작품을 접했는데 그 작품은 라이트노벨 장르의 연재물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가 매력적이어서 플랫폼에서 정식으로 연재되었었다. 그때 그 작품의 소개글에 ‘병맛’이라는 키워드를 넣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작품 또한 굳이 따지자면 병맛(?)에 가깝지 않을까.(여기서 쓰인 병맛에는 절대 비하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습니다.)
잠시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샜지만, 결론은 이 작품도 감상하거나 수용하는 데 참 어려움이 많았다. 첫째는 위에서 밝힌 대로 그동안 접한 글들과 결이 참 달랐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모스키토맨에게 공감하기가 무척 어려웠기 때문이다.
독자의 기대에서 한참 벗어난 개성
보통 많은 소설이 독자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서 독자의 기대란 독자가 글을 읽으며 바라는 점을 말하는데, 그것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것, 오락을 위한 것,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한 것 등 독자의 수만큼 아주 다양하다. 어찌 되었든 독자들은 소설을 읽으며 뭔가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나 또한 이 작품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첫 장면에서 만난 선녀는 정말 모스키토맨을 속이려 한 걸까, 아니면 그가 진짜 영웅이라 믿었던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끝을 맺을 때까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았다. 물론 결말부에서는 각기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시원하게 결론을 내주지 않았다. 딱히 이렇다 저렇다 할 만한 단서도 없었다. 심지어 모스키토맨이 선녀에게 품는 의혹도 큰 갈등이나 문제 없이 해결되어 버린다.
하나의 이야기가 반드시 독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심지어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은 것이 이 작품의 개성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결말까지 읽고서 ‘내가 뭘 읽었지? 내가 놓친 것이 있나? 아니면 뭔가를 심각하게 잘못 이해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것도 같다.
자아도취의 늪에 빠진 주인공
두 번째로 작품을 읽으며 힘들었던 점은 주인공인 모스키토맨의 감정에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가족에게서 모기만도 못한 취급을 받고, 스스로를 그들의 짐덩어리이며, 사회악이라고까지 생각하는 모스키토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마냥 불쌍하거나 안쓰러운 인물만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는 단순히 선녀가 엄청난 미녀라서 그녀의 말에 현혹되었던 게 아니다. 현실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는 그를 대단하다고 떠받들어주고, 심지어 성적인 발언을 해도 받아들이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사실 선녀를 사랑하고 믿음으로써 자신을 사랑하고 싶었던 평범한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자아도취의 늪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그것이 진짜 영웅으로서의 임무였는지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이 작품은 전반에 오글거리는 감성이 흐른다. 모스키토맨의 가족들이 그를 대하는 모멸적인 태도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그를 어디까지나 밑바닥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이나 주변인들의 속내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오로지 모스키토맨의 감정과 생각만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마치 ‘나 불쌍해. 안 그래? 나같이 불쌍하고 한심한 놈이 어디 있어.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라며 세뇌당하는 느낌이다. 그만큼 작품도 주인공의 감정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조금은 음험하고 우울하고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다. 그렇다 보니 모스키토맨이 열등감에 젖었다가도 금방 회복하고 영웅심리에 취해버리는 장면을 보면 따라가기가 어려운 것이다. 대체 이 캐릭터를 어떻게 정의내리면 좋을지 이렇게까지 자기 중심적일 필요가 있는 것인지 싶은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지울 수 없는 불편함과 한계
사실 기대에 부응해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힘들게 쓴 작품의 가치를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분명 그 누가 보게 되더라도 이 소설만의 스타일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위에서 말했듯 독자의 기대에서 한참 벗어났지만, 그만큼 엉뚱하고 기발한 장면도 많다. ‘이유는 없어, 그냥 해.’라는 느낌으로 밀고 나가는 장면들(털보와 대면하며 옷을 벗어던지거나 물파스를 체내에 주입하거나 등)은 조금 해괴할지는 몰라도 나름의 쾌감이 있다. 상식에서 벗어나 절대적인 금기를 깨버리는 느낌이라서 쾌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다 좋지만, 많은 이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언제나 형식을 깬다는 것, 참신하다는 것은 익숙함의 반대에 선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 작품은 모험적이고 용기 있는 시도라 생각한다.
그래도 역시 개인적으로는 결말의 모호함이 아쉬웠다. 혹시 연재물의 맛보기로 쓴 작품은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모호한 것들이 많았다. 여기서 모호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왜 하필 모스키토맨인지, 주인공의 이름은 왜 등장하지 않는지, 선녀는 정말 무당이라 이름이 선녀인 것인지, 털보는 왜 선녀를 승희라 불렀는지 등 많지 않은 분량 안에 너무 많은 의문을 심어놓았다. 이런 점들이 흥미를 유발하기는 했으나 조금 지나친 것은 아니었나 한다.
작품 재밌게 보았습니다. 장르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지만, 순수문학보다는 라이트노벨에 가깝게 느껴졌네요. 평범보다도 중하의 수준인 주인공이 갑자기 왕이나 영웅으로 그 지위가 급부상한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늘어놓은 것인데 기분 나쁜 지적으로 오해할 여지가 조금 있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혹 불쾌하게 느끼신 부분들이 있다면 사과드리며, 수정 원하시는 부분 있으면 말씀해주세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