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설정의 동화입니다. 글자를 먹는 나라에서 글자를 못먹는 아이가 겪는 이틀 간의 이야기에요. 제가 좋아하는 미하엘 엔데의 동화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과 같은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해 더 반가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아시나요?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 바늘~ 어느 가수의 노래 주인공이기도 했던 사랑스러운 아이 모모! 똑같은 이름의 친구가 이 소설에서는 글자 못 먹는 아이가 되어 책상 앞에 앉아 있더라구요.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며 오독오독 글자를 씹고 뜯고 맛보는 아이들 속에 잔뜩 구겨져 있는 모모. 여기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요?
학교에서도 학교 밖에서도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글자를 먹는 나라가 있습니다. 빵, 밥, 고기가 아니라 글자를 주식으로 하는 곳인가봐요. “글자”라는 글자를 기역부터 쭉쭉 찢어 꼬득꼬득 아삭아삭 씹어삼킬 수 있는 아이들, 손쉽게 배를 불리며 선생님께 칭찬을 듣고 즐겁게 책상에 앉아있는 친구들과 달리 모모는 잔뜩 짜증이 난 상태입니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거든요. 학교 안에서 오로지 모모만이 글자를 소화시키지 못해요. 마침표나 쉼표 정도를 겨우 씹어삼킬 수 있는 정도?
모모는 툭하면 선생님께 혼이 나고요. 부모님조차 모모를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생깁니다. 엄마는 모모가 꾀병이라도 부리는 줄 아는가 봐요. 세상 사람들 다 꿀떡꿀떡 삼키는 걸 모모만 아프다 못먹겠다 하니 엄마도 화가 나고 속이 답답하신 거죠. 모모는 모모대로 글자가 도무지 맛없는 음식인 줄은 몰라주는 어른들과 친구들이 섭섭합니다. 여느 날과 같았던 수업시간, 친구들의 글자 씹는 소리에 한껏 예민해진 모모는 선생님의 꾸지람에 마음이 돌아서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버려요. 정신없이 숲까지 달아났는데 정작 그곳에서 길을 잃게 됩니다. 챙겨온 마침표나 쉼표도 없는데 이러다 숲에서 쫄쫄 배를 굶게 생겼어요. 그런 순간에 짠하고 등장한 아저씨, 아저씨는 글자를 못먹는 사람도 소화시킬 수 있는 그림수프가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모모를 초대하는데요. 아저씨의 그림수프는 대체 뭘로 만들어진 걸까요? 모모가 맛본 그림수프는 어떤 맛이었을까요? 그림수프는 모모의 뱃속에서 따뜻한 영양분이 되어 스며들었을까요?
저는 모모가 난독증을 겪는 어린이라고 생각하며 이 동화를 읽었는데 작가 후기를 보니 모모는 ADHD 아동이라고 해요. 실제로 ADHD를 앓은 작가님의 성장기가 반영된 동화라고요.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쌍둥이>라는 소설로 ADHD로 학교에 부적응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찾아보니 한 가지 증상으로 특정할 수 없고 ADHD에 난독증이나 강박증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글자를 먹는다는 상상력이 귀엽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글자를 소화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한 아동의 입장을 생각하며 마무리를 하게 됐어요. 좋은 동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