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탐정의 SF 공모(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많은 사람의 죄 (작가: 양진, 작품정보)
리뷰어: 주렁주렁, 10월 29일, 조회 130

“그러다가 갑자기 쇳덩어리들이 눈에 밟히지 뭐요. 안드로이드나, 기계인간이나, 뭐, 인간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멸시하던 그런 것들요.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대체 죽으면 썩는다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그런 식으로 남들을 깔보지? 인간들은 물리 공간 따위에 왜 그렇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우리가 자신들을,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세계를 부러워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도 안 되는 인식이 너무 널리 퍼져 있었어요.”
  “자의식 과잉이죠―지금도 별로 다르지만은 않습니다만.”

양진 작가님의 [많은 사람의 죄] 작품 소개는 이렇습니다. 

“역병으로 봉쇄된 행성과 대금을 받지 못해 망하기 직전인 회사. 대금을 받을 방법은 봉쇄당한 행성에 잠입하는 것뿐이다. 회사가 망하거나, 역병으로 우주가 망하거나.”

 

제가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댓글이 없었어요. 사실 읽다가 제일 먼저, 그리고 계속 든 생각이 ‘그냥 계좌이체로 하면 안 돼요? 인터넷 뱅킹이 안 되는 설정입니까?” 이거였어요 흐흐흐. 처음엔 댓글로 여쭤볼까 했는데 그때는 댓글이 없으니까, 이런 걸 첫댓글로 다는 게 너무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포기하고 계속해서 ‘계좌이체! 계좌이체! 계좌이체!’ 하면서 읽어내려갔지요. 한 5화쯤 갔을 땐가, 아….역병이 돌아서 봉쇄된 행성이니까, 통신망도 다 막혀서 계좌이체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 같다는 자체 결론을 내리니 계좌이체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더만요. 그러면서 좀더 편안한 독서를 했습니다. (하지만 또 가서 직접 계좌이체를 하면 되지 않나? 그럼 금정보다는 엔지니어가 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해커라거나…..전문적인 기술자가 가야하는 게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깐 했습니다만, 계좌이체는 그냥 포기하는게 독서에 좋을것 같아서 맘을 접었지요)

다 읽고 나니 어젯밤이었는데 아무래도 1화부터 다시 봐야겠다 싶은데, 그랬다가는 리뷰를 못 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외출에서 돌아온 지금 리뷰를 적고 있어요. 그러니 이 리뷰는 한 번 읽고, 곱씹거나 걸르지 않고 생각난 것들을 적게 될 듯 합니다. 리뷰 공모에 아래와 같은 질문

1. 재미있는가?

2. 좀 걸리는 부분이 있는가?

3. 글의 전반적인 논조/폭력성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거부감이 있다, 참을 만하다, 기타 등등)

을 하셨기에 질문에 대한 대답을 중심으로 리뷰를 쓸께요. 

우선 저는 폭력적이란 인상은 전혀 못 받았어요. 참을만하다거나 이 정도면 뭐….정도가 아니라 ‘뭐? 폭력적인 장면이 있었어??? 뭘 했는데?’ 수준으로 폭력성을 못 느끼고 읽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제대로 안 읽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는 머뭇거림도 생기네요.    

재밌습니다. 1부는 상황이나 사건이 벌어진 세계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니까 아무래도 독서에 시간이 걸리니 느리게 읽힌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2부로 들어가서는 쭉쭉 읽다가 3부는 단숨에 다 읽었어요. 재밌어요. 금융용어가 어렵다는 음….낯서니까요.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딱히 드릴 말씀이 없는게 저는 제가 모르는 용어나 설명이 나오면 읽기는 하되 그냥 그런갑다 하고 이미지로 처리하고 넘어가버리거든요. 주인공은 빚이 엄청 많고 주인공이 속한 회사는 장부조작을 했고 도산하지 않으려면 대금을 받아야 하는데 주인공이 그 일을 처리할 임무를 받았는데 뭔 암초가 많을것 같다 –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꼭 이 소설 뿐만이 아니라 낯선 부분이 나오면 저는 늘 이런 식으로 넘어가버려서(제가 궁금한 건 주인공이 사느냐 죽느냐 해결하느냐 망하느냐 이거이기 때문에) 금융 파트가 걸린다거나 어렵다거나 별 생각을 안했어요. 쉽게 설명하면 설명이 아마도 길어질텐데, 금융 설명을 길게 읽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러니 어렵든 낯설든 짧게 나오는게 저에게는 더 편한거죠. 어차피 제가 읽는데 크게 걸림돌이 된다거나 도움이 된다거나 어느쪽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더 긴 설명이 있음 좋았을지도 란 생각은 했어요. 꼭 금융 상황 전반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용어에 대한 설명이 있으면 좋긴 하겠다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이건 꼭 금융 용어 뿐만이 아니라 이 소설에서 쓰이는 여러 영어 단어들에서도 느낀 점인데, 주석까지는 아니더라도 단어로 영어로 병기를 해주는게 ‘이미지를 상상’하는데 더 두음이 되겠다, 이 부분은 아쉽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이 소설이 참 재밌었는데도, 이 행성이나 내부 공간이 잘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이건 저의 한계일 수도 있겠고요. 그래서 그런지, 영단어에서 온 용어들은 영어 병기를 해주시는게 더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떠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잠깐 생각했습니다. 

이 소설은 설명을 세세하게 하는 소설은 아닙니다. 오히려 독자의 상상에 맡기도록 빈 설명이 두드러지는 인상을 받았어요. 간략하달까 압축적이랄까 그런 문장을 구사하는 소설이라고 느꼈는데 이런 부분이 매력적이면서도 때로는 과하다는 인상도 잠깐 받았어요. ‘금정 혼자 알지 말고 같이 좀 알자!’이럴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 전 이 소설을 sf 이면서 하드보일드 탐정인 금정이 주인공인 미스터리 소설이라고도 봤고요. 배경은 SF인데 주인공은 하드보일드 탐정…말이 적으니까요. 저에게 하드보일드 탐정이란 과묵한 탐정이거든요.

전체적으로 재밌으면서 신선해요. 설명이 좀 자세했음 좋겠다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닌데(금융 부분 말고, 캐릭터들의 생각이나 묘사 같은 부분에서요) 읽고나면 재밌어요. 아쉬웠던 설명 부분이 크게 걸리지는 않는….결말까지 깔끔하게 가서 좋더라고요. 아예 금정을 단독 캐릭터로 독립시키고, 이 소설은 프리퀄로 두고, 금정의 우주 사건해결을 시리즈로 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더불어 그래도 다시 1부를 읽어봐야 뒷부분을 더 이해할 수 있겠다 싶긴 하네요.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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