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F문외한입니다. 많이 읽어보지도 않았고, 써보려는 엄두는 내지도 못합니다. 언제나 SF는 제게 있어서 ‘천재의 영역’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양진 작가님을 참 좋아합니다. 매번 작가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야~ 글 참 잘 쓰시네 라는 말이 나왔거든요. 그래서 팬심을 담아 이 리뷰를 바치려고 합니다.
만일 누군가 ‘무엇이 재미있는 소설을 만드는가’ 라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대답을 내놓겠죠. 비주얼이 독특해야 한다, 아니면 반전이 놀라워야 한다 등. 저는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입니다. 소설의 3요소가 적절해야 한다.
해당 소설의 문체를 먼저 보죠.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흔히 말하는, 읽을 맛 나는 문체거든요.
금정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게 무엇인지 짐작하려 애썼지만, 알 수가 없었다. 더께 쌓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려는 시도는 모두 물음표만을 남기며 끝나곤 했다.
예시로 한 대목을 보여드렸는데, 이런 느낌입니다. 여러 비유와 묘사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해당 소설의 큰 장점 중 하나죠. 문체가 꽤 쎄신 편이라 읽으면서 간혹 피로감을 느끼기도 있고, 스크롤을 다시 올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저는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께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요.
그렇다면 구성은 어떨까요? 인물들은 개성있고 흥미로운데다 서로 얽히고설켜 사건의 내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서스펜스 속에서 다음 전개가 궁금해 독자들을 붙잡아두는 힘도 크고요. 다만 스페이스 오페라에 ‘금융’이라는 소재를 넣어 진입 장벽이 한결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핵심만 보면 간단합니다. 금정은 아무리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빚을 갚기 위해, 역병이 도는 카르나타카에 가라는, 도산 위기에 처한 대산조선우주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주제에 대해서는 말을 삼가겠습니다. 읽고 나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잘 정리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감상에 방해될지도 모르니까요. 하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굳이 걸리는 부분을 하나 고르자면 자목련이 떠오르네요.
금정이 자목련을 살해하는 장면은 분명히 강렬했습니다. 금정의 비인간적인, 냉혈한에 가까운 면모를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인상은 소설 후반부에 충돌합니다. 앞부분에 보여준 대로라면, 금정이 자신의 빚을 다른사람에게 떠넘기고 나머지는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대신, 금정은 빚을 떠넘기려고 하지도 않고 아예 없에버리려고 합니다. 이 모습은 ‘많은 사람의 죄’ 즉, 지금까지 도망치고 자살했던 자신들과 미래의 자신들이 짊어질 죄(빚)을 없에려고 노력하는 희생적인, 그리고 이타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저는 이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석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어쩌면 익산과의 만남이 큰 변화를 이끌어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 생각이 정답일지 오독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폭력성에 관해서는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닌 듯합니다. 소설의 배경은 꽤나 아포칼립스적입니다. 그리고 아포칼립스 세계 안에서는 폭력은 하나의 생존 수단이죠. 해당 소설에서 폭력은 선을 넘지도 않고, 쾌락성을 띄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충분이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이 리뷰를 올리면서도 괜히 좋은 작품에 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조마조마합니다. 제가 이 리뷰에 해당 소설의 진정한 재미를 담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요. 이 리뷰의 목적은 해당 소설을 널리 알려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꼭 읽어보세요. 독특한 소설을 찾으신다면 바로 정주행하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