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판타지의 세계에 던지는 출사표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피를 머금은 꽃 (구 버전) (작가: 포그리, 작품정보)
리뷰어: 마녀왕, 19년 9월, 조회 205

리뷰란 참 어렵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해도 되는 건지, 혹시나 내 리뷰가 오히려 독이 되는 건 아닌지, 오히려 소설을 쓸 때보다 더욱 무거운 심정으로 타이핑을 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제가 즐겨 쓰는 마법의 문장이 있는데,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 및 감상을 말씀해드리는 것이니 참고하셔도 좋고 거르셔도 좋습니다.

 

1. 문체

사실 예전 기준으로 한다면 정말로 할 말이 많았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굉장히 크게 개선되어 가독성이 비교적 훌륭해졌습니다. 초반에는 여전히 이영도 스타일의 묘사를 사용하시는 듯했으나 중반으로 접어들수록 희미해져가더군요. 좋은 현상입니다. 본인의 문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다만, 서술하실 때 ‘ 때문이다’를 종종 사용하시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한 화에 한두 번씩 정도?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끔 몰입에 방해되더군요. 다른 표현으로 바꾸시길 추천 드립니다.

 

1-1. 대사

저는 해당 소설의 대사를 3종류로 나누었습니다. 일상, 유머, 진지(?). 진지한 대화는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묘사와 비유가 적절했고,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능력이 있으심을 입증하셨죠.

다만 일상과 유머가 좀 걸렸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았다는 생각에 크게 들었거든요. 아 물론 이게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 취향과 상당한 거리를 가지고 있을 뿐이죠. ‘못 말리는 아가씨’, ‘곤란한 아가씨’라던가, 딴지걸기(한 명이 실없는 소리를 하면 다른 한 명이 일침을 놓는)라던가, ‘너 쟤 좋아하지?’라고 물으면 호들갑을(사실 이건 만국 공통이긴 한데 일단 넣었음) 떤다던가, 누가 예쁘네 혹은 잘생겼네 라던가.

이러한 스타일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상관없지만,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큰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잘 읽고 있다가도 몰입이 확 깨거든요. 해당 소설의 첫인상은 비정한 동양 판타지였는데, 이러한 대화 스타일은 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또한 인물들이 종종 소리를 지릅니다. 소설을 읽는데 가끔은 귀가 아파요. 전투 중에 지르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일상 대화에서조차 소리를 지르는 건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억척스럽고 쾌활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함임을 알지만, 그 빈도수를 조금만 줄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2. 구성

 

2-1. 배경

읽다보면 작가가 얼마나 생고생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하이 판타지들이 작가를 녹초로 만들지만, 해당 소설은 작가를 가루로 만들었을 겁니다. 소설 고유의 설정과 배경들이 완전히 새롭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각각 적재적소에 쓰이면서 분위기를 더욱 긴박하게 또는 박진감 넘치게 해주고 있습니다.

 

2-2. 사건

아마 해당 소설의 백미를 꼽자면 전쟁일 겁니다. 이미 작품태그에도 전쟁을 달아놓으셨죠. 하지만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는 지점은 수라1, 그러니까 19화입니다. 슬로우스타터 중에서도 꽤 느린 편이죠. 하지만 이것을 단점으로 꼽을 정도로 앞부분이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저것 설정도 풀고, 인물 성격도 보여주고, 나름대로 빌드업을 탄탄히 쌓고 있었으니까요.

다만 한두 가지 아쉬운 점 정도는 있었습니다. 초반에 왜 서륜이 답답하게 굴었는지(나름대로 그 이유를 추리할 수 있었습니다만 소설 내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죠), 혹은 너무 쉽게 갈등이 해결된

라던가.

저 둘을 제외한다면 사건의 전개는 매우 흡입력 있고 탄탄했습니다. 수라1을 기점으로 속도가 붙으면서 긴박한 상황이 연출되고, 복잡한 수싸움을 비교적 쉽게 표현했으며, 전투씬들은 상당한 노력이 엿보이면서도 독자들이 즐길 수 있게 해놓았죠. 사건 및 전개는 해당 소설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드리고픈 부분입니다.

 

2-3. 인물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요. 이건 암만 생각해도 개인차가 심한 부분인지라 통째로 거르셔도 무방할 듯싶습니다. 사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왜냐하면 큰 공을 들이신 게 보이는데도 저는 인물들에 매료되지 못했거든요. 따라서 수많은 독자 중 한 명이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는 거라 생각해주시고 부디 노하시지 않길 바랍니다.

해당 소설에는 다채로운 인물들이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고, 말투, 지적 능력, 무력 등 서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카라를 살펴봅니다. 카라는 지적능력을 만랩 찍은 인물입니다. 전쟁의 형세를 살필 줄 알며 어떤 지점에서 어떤 병법을 펼쳐야 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걸크러쉬 캐릭터가 될 자질이 충분하죠. 하지만 카라의 성격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남들이 다가오는 것도, 자신이 다가가는 것도 거부하죠. 물론 그녀가 겪은 일이나 처한 상황을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성격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 비즈니스적이 아니라 마음을 열고 계속 다가가는 주변 인물들이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여기가 아마 기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서로 견제하고 어떻게든 이용해 먹으려고 했다면 매끄럽게 읽혔을 겁니다. 하지만 능력이 있는 것과 그 사람에게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다릅니다. 서로의 사이를 완화시키는 어떤 극적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니라면, 서로 질투하며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정리하자면, 주변 인물들의 호의가 오히려 카라를 이상한 인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번엔 시아를 보겠습니다. 시아는 카라와 서로를 비추는 거울로서 카라의 정반대가 되는 인물입니다. 순수하고, 소심하지만 때론 할 말도 하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시아가 나오는 씬은 꽤나 답답했습니다. 자꾸 울고, 답답하게 굴고, 때로는 어리석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녀가 무엇을 상징하는지는 잘 아는 바이나, 개인 캐릭터로서의 매력은 아쉽더군요.

이번엔 주변 인물들을 봅시다. 인물들 하나하나를 열거하며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다소 오류가 있더라도 한 묶음으로서 말하겠습니다.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캐릭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익숙하죠. 익숙한 캐릭터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입니다. 상상하기도 쉽고, 기억에도 잘 남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들에게서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지속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왜일까.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 답을 말하라면 저는 ‘예상할 수 있다’라 말하겠습니다.

캐릭터들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역할에 맞게 행동하면서 다른 인물과 상황에 어우러지는 게 보통이죠. 만약에 그 캐릭터가 전에 없던 새로운 인물이라면, 그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이 갑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 이 상황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지만 익숙한 캐릭터들은 예상이 갑니다. 이젠 어떻게 하겠구나. 무슨 말을 하겠구나.

따라서 익숙한 캐릭터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변수가 필요합니다. 입체성을 띄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가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였습니다. 앞날의 행보가 궁금하기도 하고요.

이는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절대적인 것이 아니니 부디 흘려들어주셔도 좋습니다.

 

3. 결론

이러니저러니 해도 잘 쓴 소설입니다. 노력과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이고 충분히 즐기면서 읽었습니다. 갈수록 발전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시니 미래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비록 연재 속도는 저보다도 훨씬 더 느리시지만, 꾸준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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