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가 육지 거북을 사냥하는 법 감상

대상작품: 독수리가 떨어뜨린 거북이에 맞아 죽은 작가 (작가: 석아산,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19년 8월, 조회 124

동물의 왕국이었나 다른 방송이었나… 아무튼 자연 다큐에서 직접 재미나게 본 장면이니 따로 검색 않고 쓰겠다. 단단한 육지거북을 잡아먹는 독수리가 실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작중에 나온 것처럼 중력을 이용해서. 어린 마음에 불쌍한 거북이! 잔인한 독수리!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봤었다. …그렇다. 그런 높이에서 떨어지면 거북이도 진열대에서 떨어진 잘 익은 수박처럼 박살이 난다….

그리고 작중 독수리와 거북이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오레스테이아 비극 하면 어떤 그리스 신화 책에서 본 ‘여성의 세계사적 패배’라는 불쾌한 문장만 생각난다. 아테나는 대체 뭐하러 분노의 여신들 정체성을 자비의 여신들로 바꿔버렸단 말인가? 이런 짓은 제우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건만, 저 이름 길어서 생각도 안 나는 대머리 작가는 천기누설이 문제가 아니라 올림푸스의 법도를 작가의 역량으로 2차 장착을 해버린 만행 때문에 천벌 받은 게 아닌가 싶다.

거북이를 키우던 작가는 존속살해를 무엇보다 큰 죄로 간주하는 올림푸스의 신들이 친모 클라임네스트라를 죽인 오레스테스를 아흔 살이 넘도록 천수를 누리게 해준 일에 대해 무척 오래 고민을 했었나 보다. 신화를 보면 아테네에 의해 무죄 방면된 오레스테스를 여전히 분노의 여신 에리니에스들이 쫓으며 괴롭혔다고 나온다. 그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헤라클레스에게는 훨씬 못 미치더라도 시련을 이겨내고 저주를 정화하는 의식을 거쳐야 했다. 그런 전승에도 당시 극작가들 사이에는 오리스테스가 유죄냐 무죄냐 의견이 분분했던 모양이다.

현대의 신화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그리스 극작가들처럼 이 문제는 오랜 화두였다 보다. 이 신화를 통해 엘렉트라 컴플렉스를 만든 어느 심리학자는 덤이다.

결국 거북이 주인은 작가 특유의 창작력을 발휘하기에 이른다. 분노의 여신들이 아테나에게 설복당해 자비를 베푸는 여신으로 바뀌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지 않은가! 거북이 주인은 비록 창작이지만 자신이 마치 우주의 비밀을 엿본 듯한 성취감에 사로잡혔으리라. 실제로 대작가이기도 했고. 물론 이 부분을 천벌로 연결해 거북이에게 맞아 죽은 비극의 비밀을 완성한 작가님 또한 만만치 않다는 찬사를 보낸다.

아이스킬로스가 거북이에게 맞아 죽었다는 전설은 좀처럼 찾기 쉽지 않고 덕분에 리뷰를 쓰는 입장에서도 재미난 이야기를 둘이나 얻었으니 이 분의 글은 비록 짧지만 사금이 여기저기 흘러 내려오는 강이나 마찬가지이다.

마무리로 붉은바다거북이 된 거북이는 걱정할 필요가 없으리라 여겨진다. 바다에서는 그 무거운 집이 물에 뜰 정도로 충분히 가벼워질 테니까. 이제 백상아리와 비닐과 플라스틱만 조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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