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이 과오로 변하는 순간 <나에게 있는 것, 너에게 없는 것> 감상

대상작품: 나에게 있는 것, 너에게 없는 것 (작가: 피스오브마인드, 작품정보)
리뷰어: 소나기내린뒤해나, 2시간 전, 조회 2

 

창작물에서 다루는 ‘여행’이라는 소재는 환경의 변화를 가장 강렬하게 띄울 수 있는 시발점으로 대표됩니다. 기본적으로 ‘여행’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인물 스스로의 결정으로 비롯된 환경의 변화입니다. ‘여행’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물이 능동적으로 환경을 바꿔야할 동기를 제공하며, 그 뒤바뀐 환경이야말로 일상과 다른 지점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눈여겨볼 것은 그들이 환경을 옮기기로 결심하는 능동적인 자의식에 있습니다.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주인공에게 돌아옵니다. 다만 시작과 같은 형태는 아닙니다.

 

이번에 읽은 <나에게 있는 것, 너에게 없는 것> 또한 여행으로 변화한 환경에서 벌어진 독특한 지점을 포착하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블로그라는 매체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딩크족 부부의 이야기를 접한 두 여자는, 그들이 살고 있는 제주도로 향해 당사자를 직접 만나고 기묘한 지점들을 엿보게 됩니다. 얼마 전까지 멀쩡했던 블로그에서 존재가 말소된 남편, 밤마다 목격되는 여자의 기이한 행동, 그리고 숙소로 머물고 있는 방에서 잇따라 발견되는 누군가의 흔적이 무언가를 암시합니다. 그로 인해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으로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가장 축축하고 어두운 본성이었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주목한 것은 이 ‘제주도’라는 낭만적인 환경과 ‘길리’라는 여성의 삶을 겹쳐보며 시작되는 주인공의 시선이었습니다. 앞서 여행을 떠나는 능동적인 의식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주인공에게 그 의식을 심어준 것은 블로그로 엿보였던 ‘길리’의 인생이었습니다. 단편적으로 엿본 그녀의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딩크족 부부’라는 용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녀는 육아의 노고에서 벗어난 인물입니다. 말 그대로, 자유를 표방하며 제주도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동시에 듬직한 남편과 함께 그 인생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비춰집니다. 아이를 낳고 휴식을 갈구하는 주인공의 시선에서 그녀의 인생은 이상적인 세상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 작품은 ‘길리’라는 여성에 대한 이미지와 더불어, 그녀에게 덧씌워져 있던 환경 그 자체를 파괴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눈에 이상을 심어주었던 블로그는 여행지에 도착한 직후 ‘남편’의 존재를 도려내며 파괴됩니다. 숙소에 머물며 발견되는 전 숙박인의 흔적과 길리의 이상행동은 공간을 불편하게 만들며, 마지막으로 칼과 그물로 대표되는 진실은 그녀가 동경하던 ‘제주도’라는 목적지를 어두운 의미로 변질시킵니다.

 

여기서 독자는 ‘길리’라는 여인 또한 주인공과 다름없이 이 목적지에 이상과 동경을 품었을 거란 전제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과 남편, 바다가 보이는 풍경까지 모두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 끼워 넣던 가장 이상적인 조각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결말에서 암시되듯, 그녀의 인생을 스스로 도려내고 파괴하게 만든 것은, 그녀가 선택했던 이 환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닙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환경과 조건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과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주인공의 추측으로만 짐작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분노는 자신에 대한 도피로 읽을 수밖에 없으나, 오히려 책망의 원인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그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녀가 너무나도 인간적인 욕구로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 그런 일은 생겨. 누구에게나.

 

이 구절에 담긴 말은 끝내 자신의 주변을 도려낼 수밖에 없었던 충동에 대한 도피일까요? 아니면 그것이 보편적인 인간의 결말이라고 믿고 있는 그녀의 확신일까요? 그 작은 물음을 던져보며 부족한 감상문을 마치겠습니다.

 

인상적인 작품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집필 활동 응원하겠습니다.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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