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섹스는 논란인가요 감상

대상작품: 항문을 열어라 (작가: , 작품정보)
리뷰어: 위래, 19년 8월, 조회 1027

제목이 이어 말하자면 그렇게까지 문제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근래 본 컨텐츠 중에 한 작품과 겹쳐졌는데요 그건 ‘아리 애스터’ 감독의 단편 영화 ‘존슨스 가족의 비밀’입니다(다들 보실 수 있게 끝 부분에 링크 주소 별첨하겠습니다). 살인은 문학에서 건전한 오락거리(추리소설 등)로 소비되는 반면 성관계는 언제나 비장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받아야 했죠. 왜냐하면 그런 작품들은 포르노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을지 모른다는 시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포르노와 예술을 가르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죠. 일단 저는 해당 작품이 포르노로 보이진 않습니다. 포르노라 함은 응당 성적 긴장과 장문으로 배치되어 이미지를 떠올리게끔 하는 성장면, 그리고 독자를 충족시키는 성적인 환상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해당 작품은 그런 작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트위터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작품이 가진 논란은 단순한 동성 항문 섹스만은 아니며, 근친상간, 강간, 강간 중 살인 등의 장면이 들어있고, 작중 인물들에 의해 긍정되고 있다는 부분은 문제적인 소설이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행위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작중 인물의 그릇된 가치관이 작품 속에서, 화자와 서술에 의해 동의받은 행동으로 나타난다면 그것은 독자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보다 어린 독자들에게 그릇된 세계관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이것은 느슨한 포르노반대론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음, 하지만 작품 속 서술은 작중 인물들을 긍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근거들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게이인지, 게이가 아닌지에 대한 강박적 집착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행동을 이끄는 내적 갈등의 근거로 쓰입니다. 불가피한 항문 섹스를 했기 때문에 자신은 게이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는데, 사실 강한 강조가 부정의 의미로 쓰인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을 것입니다. 말미에 가서는 ‘그치?’ ‘그렇지?’같은 되물음들과, 소설 마지막 문장인 ‘우리는 더 없이 평화로웠다’까지(작중 상황은 평화롭지 않으니 분명 역설적이죠). 작품은 단순합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는 작품인 거죠. 작품을 읽으며 서술은 주인공의 호모포빅적 태도에 대해 몇 번이고 되짚게 되고 이 과정에서 독자는 ‘겨우 항문 섹스 좀 했다고 세상 떠나갈듯이 징징거리네’가 목구멍에 차오르면 이 작품은 어느 정도 의도된 바를 이룬 것입니다. 온갖 범죄를 저지르면서 내적 호모포빅의 갈등으로 싸우는 주인공을 함께 비난하기 위해 쓰여진 글인 것이죠. 다만, 좋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글이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인물들을 폭력적으로 다루었고 주제를 완전히 발가벗겨 내놓기 때문에 흉하고 낯뜨거운 부분이 있습니다(물론 그런 작품도 언제나 환영하지만, 제 개인적인 기준에선 높은 점수를 주진 않습니다). 이 작품에는 조금 꿈결같은 부분이 있지요. 하지만 그와 같은 경우 문장의 리듬이 더 아름답고 이미지가 강렬해야 한다고 봅니다. 작품의 골조가 매끄럽지도, 디테일이 세심하지도, 장남 콤플렉스는 과하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품을 선해할 의지만 있다면 ‘이 작품이 문제적이긴 한 것인가?’하는 의문이 떠오르긴 합니다. 그 부분은 이 작품이 뛰어난 작품인가 아닌가와는 전혀 별개의 논제입니다. 물론 선해할 이유가 있느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해당 작가는 퀴어 픽션을 꾸준히 써왔기 때문에 적어도 해당 부분에서는 그와 같이 읽을 이유가 있습니다. 이 리뷰를 읽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마지막으로… 여러분은 이제 조금의 시간이, 29분 6초의 시간이 있다면 동일한 소재를 다룬 영화 한 편을 볼 수 있게 될 것 입니다. 주제는 조금 다른데 어느 정도 일치합니다. 근래 개봉한 ‘미드소마’의 감독이자 예전 ‘유전’으로 유명했던 감독 아리 애스터의 단편 영화인데요. 아래 링크가 있습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좀더 생각할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슨스 가족의 비밀’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552&v=VY1nBdxeD4E

사실 별로 해당 작품에 관심이 없고 이 논란에 별다른 의견을 가지지 않으셨어도 재미있는 작품이 되리라 자신 합니다. 이 영화를 먼저 보시고 관심이 생긴다면 아그책 님의 글을 보셔도 괜찮겠죠.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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