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가족에서 보편적인 인간으로 <나의 첫 장례식> 감상

대상작품: 나의 첫 장례식 (작가: 박꼼삐, 작품정보)
리뷰어: 소나기내린뒤해나, 2시간 전, 조회 3

 

지루할 만큼 건조한 구절로 말문을 열자면, 이 작품은 누군가에게는 조신하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죄악감을 줄 수 있는 특유의 결을 가지고 있다 평가할 수 있습니다. 누나의 죽음으로 그 과거를 거닐어본다는 느릿하고도 감성적인 줄거리와 더불어, 곳곳에 함축되어 나타나는 감정의 흐름, 마침내 가족이란 가장 가까운 존재를 복잡하면서도 보편적인 인간으로 규정하는 결말까지, 그 모든 것들에 독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충분함에도, 그 모든 울림이 독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객관성에서 한 번 눈을 감아주는 것을 강요한다는 불편한 전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연성을 비롯한 소설적인 개연성 면에서 특별히 흠집을 잡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림을 화풍으로 평가한다면, 이 작품은 그런 화풍에서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누나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여행부터, 그곳에서 우연처럼 만난 누군가, 그리고 그에 대한 깨달음까지, 그 자체에 대한 이음새는 엉성한 편에 속합니다. ‘누나’라는 인물의 성적지향과, 죽음의 끝자락까지 흘렸던 눈물 등도 그럴듯한 해석을 동반할 수는 있으나, 그 또한 작가의 주관이 너무 많은 개입을 이루고 있기에, 그 주관에 공감하지 못 한다면 그저 표면적인 이미지만을 훑고 넘어갈 정도로 힘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것이 피상적인 이야기만 파악하는 게으른 독자의 자세라고 비난할 수는 있겠지만, 처음부터 교감을 원하지 않았던 독자에게 어떤 자세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불편한 동행이 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작품을 사랑합니다. 그것은 ‘가족의 죽음’에서 ‘가족’에 집중해보는 가느다란 시선에서 비롯됩니다. 떠올려보면 우리는 가족을 나와 같은 인간으로 대하는 과정에 다소 무감각합니다. 타인에게는 한 번 삼키는 말도 가족에게는 쉽사리 흘러나오는 경우도 잦고, 타인 앞에서는 쉽게 하는 일도 가족에게는 그 가까운 거리감이 독이 되어 몸을 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가족의 구성원은 인간관계에서 오히려 미묘한 위치를 점거하는 존재들입니다. 이 작품에서 발견되는 ‘누나’라는 존재는 ‘나’와 같은 보편적인 인간의 본질입니다.

 

죽음. 생명의 종착지는 누구나 같습니다. 쉽사리 마주할 수 있을 거 같지 않지만, 마주한다면 반드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무언가기도 합니다. 그것은 자매의 죽음으로 작품에 제시됩니다. 화자의 시선으로 관찰되는 이야기는 그 무언가의 선상에 자신을 올려두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나의 첫 장례식. 제목에 담긴 그 의미를 그려보며 부족한 감상문을 마치겠습니다. 인상적인 작품 감사합니다. :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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