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 한국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었습니다. 누군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누군가는 묵묵히 바라보았으며, 또 누군가는 좌절에 빠진 절규를 내질렀습니다. ‘대통령 파면’은 한국 역사상 정말로 전무후무한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파면된 그 분은 탄핵 기각시 계엄령 선포까지 앞두고 있었다고 하죠.1 여러 의미에서 아찔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주인공 수철은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작중 배경은 현실과 반대로 탄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계엄령이 내려진 사회죠. 수많은 반대 집회가 거절당하고 기자들은 정권에 호의적인 글만을 쓰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수철은 지방에서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막 돌아온 찰나입니다. 수철이 일주일간 지방에서 취재를 해온 내용은 바로 ‘큰빗이끼벌레’ 였습니다. 금강부터 영산강까지 곳곳에서 출몰하는 이상한 형태의 이 벌레에 대해 책임지려는 사람도 없었고 정확한 출처는 아는 이도 없었으니까요. 결국 환경오염 문제까지 언급되지만 결론은 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수철은 택시를 탑니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어딘가 기묘한 느낌을 풍기고 있습니다. 별 것 아니라 넘기려 하지만 그것은 폭풍전야일 뿐이었습니다.
복잡한 정치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접할 수 있는 기준에서의 정치를 다뤘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우리는 직접 현장에 들리거나 뉴스(혹은 유튜브나 신문 같은 미디어 매체)등을 통해 탄핵과 그에 관련된 뉴스를 다수 접했습니다. 때문에 이 글의 배경을 (어떻게, 얼마나 이해했는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어느 정도 알고 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배경의 부연설명이 깊지 않아 서론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본론이 빠르다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또한 아직 본격적으로 등장하진 않았지만 좀비와 큰빗이끼벌레,그리고 계엄령이 내려진 사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기대가 됩니다. 호흡이 길지 않고 짧으면서도 중요한 내용들이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