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악몽같은 끈적하고 끔찍한 이야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사자 소생 (작가: 빅터하이드, 작품정보)
리뷰어: 태윤, 19년 7월, 조회 66

저는 기가 약한 편이라 어려서부터 가위에 자주 눌렸는데, 날이 점점 더워지는 한여름에 특히 심했었습니다.

주로 맹수나 귀신에게 쫓기는 꿈을 꾸는데 마지막엔 항상 막다른 골목이나 절벽끝에 몰리곤 했지요.

바로 뒤에서 무언가 날 쫓는 듯한 뒷덜미의 스산한 감촉과 앞이 보이지않는 어두운 골목을 달리는 막연함이 주는 공포.

이틀에 한번꼴로 겪는 일이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않던 그 기분은 나이가 들어서도 제게 잘 잊혀지지않는 안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묘한 것은 이제 그런 꿈을 꾸지않게 된 이 나이쯤 되니 예전에 느꼈던 그 공포를 찾아다니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인간이 가진 감각의 간사함일까요?

공포가 주는 카타르시스를 즐기는 건 저 뿐만 아닌 인간의 당연한 본성이지만 청소년시절에 잠드는 것조차 두렵게 만들었던 그 느낌을 찾아다니고 있다는 건 참 아이러니하면서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이 글 ‘사자 소생’은 어릴적 꿈속에서 느꼈던 공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강렬한 좀비물입니다.

일단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꿈에서 겪을까 두려운 스릴과 공포감의 실감나는 표현입니다.

예상치 못한 산사태로 터널안에 고립된 사람들에게 닥친 재앙이라는 설정은 좀비물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멋진 무대인데 거기에 더해서 이 좀비는 우리가 흔히 아는 [느릿느릿 걸어오다 머리 때리면 꽈당]하는 그런 녀석이 아닙니다.

머리가 떨어져나가도 상처도 없이 부활하는 재생력에다 육체의 강인함, 민첩함까지 갖춘 좀비를 좁은 붕괴현장에서 피해야 하는 건 말그대로 아포칼립스겠지요.

최근의 좀비물들이 보여주는 설정과는 달리 흑마술에 가까운 좀비의 탄생비화는 과거 좀비물의 태동시기에 등장했던 그것들과 흡사해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오지만, 이 글의 최고 포인트는 역시 주인공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긴박감넘치는 스토리입니다.

적절한 동어반복을 통해서 긴장감을 높이시는 것도 좋았고, 너무 끌지않고 빠른 이야기진행을 이어가시는 부분도 이 글을 한 편의 영화처럼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최근 좀비물을 보면 과거에 인기를 얻었던 몇몇 작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인물들의 대화나 인물간의 관계표현에 너무 치중하는 글이 많이 보이는데 , 그런 부분들은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재미를 높여주기도 하지만 과하면 공포물본연의 재미와 이야기의 흐름을 루즈하게 만드는 단점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이 글은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인물들간의 관계나 배경설명같은 부분은 줄이고 철저하게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때문에 읽는 동안 한시도 눈돌릴 틈이 없었습니다.

 

오랫만에 저를 오래전 악몽으로 몰아넣어준(?) ‘사자 소생’은 스토리의 진행이나 반전같은 건 잠시 잊고 터널안에 고립된 한 청년이 되어 생존자들과 함께 호흡하듯 글에 빠져보신다면 색다른 경험을 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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