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論) 규칙괴담 설(說) 감상

대상작품: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규칙괴담 편: 저자 서문 (작가: 렝고, 작품정보)
리뷰어: 이두영, 19년 7월, 조회 747

첫째,

글을 분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운문과 산문은 가장 기본적인 분류법이다. 문학의 양식은 시, 소설, 희곡으로 나눌 수 있다. 종종 여기에 르포르타주가 첨가되기도 한다.

허나 열거한 분류는 서구 문학의 분류법이기도 하다. 동양 문명권에 서양의 novel에 소설(小說)이라는 말을 번역어로 차용하고 있으나, 소설이라는 한자에 내포된 의미-‘작은 이야기’라는 뜻 자체는 ‘허구로서의 이야기’라는 점에 가치를 부여하기보단 평가절하의 뉘앙스가 다분하다. 우리가 소설이라는 말에 어떠한 가치를 느낀다면, 그것은 허구로 만든 이야기이므로 가치를 구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부여된 동양 전통적 시선에 비롯된 게 아니라, 문학(literature)의 한 갈래로 엄연히 가치를 가지는 novel에 대한 느낌이라고, 그렇게 말함이 타당하리라.

문학(文學)이라는 말 또한 literature를 번역하기 위해 차용된 것일 뿐, 본래 文이 가리키는 것은 미문(美文)과 명문(明文)을 포괄하는 시문(詩文) 전체를 일컫는 것이요, 학(學)이란 배움 그 자체이니 문학이란 ‘시문을 배움-공자를 비롯한 옛 선인들의 말씀을 익힘’에 해당한다.

문학은 있되 설학(說學)이라는 개념은 없다. 문학이란 개념이 동북아 전통에 존재했으되 설학이라는 개념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은, 동북아 지식인들이 성인들의 가르침과 뜻을 적은 글(文)이 가치있는 것이지 실제인지 허위인지 검증될 수 없는 시중의 말(設)에는 가치를 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는 증거이리라. 그들에겐 차라리 지난 날의 기록을 담은 역사적 글쓰기-사(史)라든가, 특정한 시기 혹은 특정한 장소에 관한 기록물인 록(錄)이나 지(誌), 특정 인물에 대한 기록물 전(傳) 등이, 실제로 벌어진 일들을 기술한 것이므로 얼마든지 유용하게 참고할만한 것이지만, 설이란 것은 기껏해야 사, 록, 지, 전 등을 흉내낸 날조물에 불과했다. 실제와 허구로 크게 양분하자면 실제는 시, 사, 록, 지, 전 등을 포괄하는 ‘문’, 허구는 문을 흉내낸 ‘설’이다.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규칙괴담편: 저자 서문>은 그렇다면 문과 설의 양분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 이른바 규칙괴담에 대한 소개 및 작법에 관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논(論)에 해당하며, 논은 넓은 차원에서 문에 포괄된다. (한마디로 논문이다.) 그러나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규칙괴담편: 저자 서문>은 작가가 지어낸 글이니, 설이다. 즉 논문의 모습을 흉내낸 설이다. (굳이 조어한다면 논설이 될 것이나, 논설이라는 단어가 칼럼의 번역어로 대응/차용되고 있어 논설이라고 표현하진 않겠다.) 이러한 점에서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규칙괴담편: 저자 서문>은 일종의 설학이다.

둘째,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규칙괴담편: 저자 서문>의 경우 나폴리탄규칙괴담의 개념 정의를 구분한다. 작가 렝고의 작품이 보여주는 특징, 개념 정의에 대한 심층 탐구가 이 작품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실 개념적 정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문장은 문학의 문장보다는 철학의 문장이 추구하는 지점이다.

그러나 문학의 문장이라는 것과 철학의 문장이라는 것은 서로 다를 뿐이요, 상호간에 충돌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특히 소설의 문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소설의 문장은 시의 문장과 다르다. 소설의 문장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말하자면 소설의 문장이란 어떤 종류의 문장이든 포섭한다는 것, 그것이 소설의 문장이다. 개념적 정의를 탐구하는 작가의 특징과 최대한의 자유치가 보장된 소설의 문장, 이 두가지가 만나 개념 분석적 문장으로 갖춰진 소설이 빚어졌다. 매우 자연스럽다.

셋째,

그리고 여기에 규칙괴담이라는 소재가 어우러졌다. 본 작품은 작법 개론서 같은 느낌의 서두로 출발하는데, 몇 가지 사항들을 나열하면서 앞서 언급한 지점과 위배되는 지점들이 점점 나타난다. 마치 천천히 쌓이는 눈송이처럼. 그리고 그 사이 사이로 문장과 문장 간에 혹은 문장 내부에서 생략비약이 발생한다. 독자들께서는 눈치채셨는가? 앞서 제시된 내용과 모순되는 내용들 그리고 생략과 비약이, 작가가 앞서 제시한 규칙괴담에 대한 정의와 도리어 부합해버린다는 점을 말이다.

그러므로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규칙괴담편: 저자 서문>이라는 작품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나폴리탄의 목을

다섯째,

이 글은 리뷰에 불과하다. 리뷰를 읽는다고 작품을 파악했다고 착각한다면 당신은 규칙괴담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 리뷰를 당신의 머릿속에서 지워라. 이 글을 읽어도 당신은 규칙괴담에 대한 설학을 접할 수 없다. 차라리 나폴리탄 스파게티 한 접시를 주문해라. 소금 한줌을 맛 보아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그럴 경우 마그네슘과 철분도 함께 섭취하라. 왜냐하면

아홉째,

아홉은 10을 앞둔 마지막 숫자이다. 10은 완성을 의미한다. 즉 이 리뷰는 열번째에서 완성될 거라는 뜻이다. 9라는 숫자는 10이라는 완성을 목전에 둔 미완의 상태를 뜻한다. 당신의 감상 또한 10이라는 숫자에서 구현되는 순간 진정한 완성을 이룰 것이다.

혹 10이라는 숫자로 완성되지 못했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뿐이다. 10이라는 숫자로 완성되지 못했다는 건 그것을 완성코자했던 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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