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보다 관련 리뷰를 먼저 봤어요. 리뷰를 써놓고 같은 페이지 다른 리뷰들을 살피는데 태윤님 리뷰가 보이더라구요. 읽어보니 어라? 취향이겠다 싶었고 역시나 10편의 연재분에 완전 몰입해 순식간에 읽어내렸습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물입니다.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요. 그러나 좀비 때문에 한국이 괴멸되거나 국민들이 모두 죽어 자빠질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정부가 만든 대응부처의 공무원들이 열심히 활동 중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좀비계 쪽의 공무원인 윤인섭과 박진철이 지하방의 좀비를 해치우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 건물주가 처음엔 엄청 겁을 먹고 긴급대응팀을 부르는데요. 좀비가 죽고 나니 태도가 싹 바뀌어서 아주 삿대질을 하며 따져요. 집에다 대고 총을 막 갈기면 어떡하냐! 재산상 손해는 누가 책임지냐!! 돈 쓰게 생겼네 아이고아이고!! 프롤로그부터 씁쓸한 기분이 목구멍까지 차서 웃음이 픽 나더라구요. 좀비 있는 세상이나 좀비 없는 세상이나 사람 죽어도 돈 걱정부터 하는 건 비슷하구만 싶어서요. 그리고 뭐 어쨌든 살만한가 보네 싶기도 했구요. 당장에 좀비 창궐해서 오늘내일 죽을 지경이면 뭐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도 돈 걱정부터 하겠나요. 썪어서 시체 냄새 나는 좀비라도 어쨌든 골자가 사람인데 매일 좀비를 사살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참 제정신 유지하기 힘든 세상에서 이런 인간 하나 얽히면 속이 시커멓게 썩어가다 못해서 정신이 파탄나도 이상하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인섭은 어딘가 좀 아슬아슬해서 더 불안하고요.
잠도 제대로 못자고 출근한 인섭에게 내려진 날벼락 같은 통보! 정부가 또 특별조사반이라는 걸 꾸려서 여력 없는 공무원들 죽어라고 일 시키겠다고 합니다. 좀비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는 현사태를 더욱 잘 조사하기 위해서라는데 특별반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창고방 하나 떠넘기고 거기서 일하라고;; 9명 팀원들이 다 너무 짠하더라구요. 현장대응과에서 차출된 고익현 과장, 일명 고팀장을 시작으로 현장대응과 긴급대응계 황계장, 감염관리과 사후관리계 정인영, 감염관리과 진료계 진성아, 행정지원과 총무계 성인호, 감염예방과 현장실사계 양윤창, 기관연계 강유진, 그리고 앞서 말한 두 주인공 긴급대응 1팀의 윤입섭과 박진철을 중심으로 펼쳐질 앞으로의 사건들이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황금가지 ZA 문학공모전 5회, 6회 수상작품집으로 록커, 흡혈귀, 슈퍼맨, 좀비 병동 교도관 등의 직업을 가진 주인공들을 만날 때에도 정말 신났었는데 좀비세계에서 활약하는 대한민국 공무원 특별조사팀은 더더 특별할 것 같은 느낌이란 말이죠. 다음 연재분도 얼른얼른 올려주십쇼.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