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릿G의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한 탓인지 돌멩이같던 제 감수성이 약간은 말랑말랑해진 걸 느끼게 됩니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글을 읽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고, 좋은 작품을 읽으면 깊은 여운이 남아서 하루를 멍하니 보내기도 한답니다.
이 작품 ‘날개, 날다’ 는 제게 눈물과 깊은 여운, 두 가지를 모두 남겨준 훌륭한 작품이라 브릿G의 여러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장르는 일반이라 밝히셨는데 저는 이 작품은 따뜻한 호러라 부르고 싶습니다.
최근 본 스릴러 장르의 글 중 가장 긴장감이 넘치고 쫄깃쫄깃했거든요.
이 글의 모든 부분에서 흐르는 기본 주제는 증오와 상처라고 생각됩니다.
조실부모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H에게 세상은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차갑기만 합니다.
어떻게든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고 거기에 안주하고 싶은 그녀에게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상처를 입히는데, 그녀는 그저 겁내고 도망치기만 하지요.
하지만 저를 포함한 독자 여러분들은 그녀에게 많은 공감을 가지시리라 봅니다.
그녀의 모습이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이니까요.
그녀에게 가해지는 세상의 돌팔매질은 탐욕으로 인해 스스로 나락에 빠진 K와의 만남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K는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증오와 물질만능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입니다.
스스로 기어들어간 구멍속에서 세상의 누군가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하는 그의 이기주의와 H를 향한 뜻모를 분노는 최근 어떻게든 편을 갈라 반대편을 혐오하고 잔인하게 물어뜯는 세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갈 곳을 잃은 H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이 바로 개들과 그들의 등에 달린 날개입니다.
글의 초반부에는 사람들의 탐욕과 허영심을 희화화하는 이미지로 등장하는 것이 날개인데, H가 쓰레기속의 강아지를 구하게 되면서 그것들이 다른 의미로 보여지더군요.
제게는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아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이들을 구원해주는 천사의 손길 같았습니다.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개에게서만 나오는 줄 알았던 날개가 H의 등에서 나오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저는 작가님께서 생각하신 날개의 대상이 개가 아니라 상처를 말하시려는 게 아닐까 추측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말에서 끔찍한 최후를 맞은 K에 대해 열린 결말로 맺음하셨는데, 저는 그가 스스로 최후를 맞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H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등에서 날개가 나온 것이라 믿거든요.
너무나 슬픈 이야기였으나 그만큼이나 아름다운 결말이고, 많은 메시지를 담았으면서도 글 자체의 재미와 팽팽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시는 작가님의 멋진 글솜씨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서점가에 넘쳐나는 책들은 ‘남들에게 상처받지 않는 법’ 뿐이지,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법’은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내 이익을 위해, 순간의 기분전환을 위해 가하는 혐오와 폭력들이 타인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 지를 생각하기엔 지금 자신의 상처가 너무 크다고 느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을 읽고난 후, 정말로 상처받고 버려진 개들과 사람들의 등에 날개가 돋아나면 어떨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끊임없는 세상의 잔인함에 그저 숨고 도망치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싶지 않은 제 주위의 수많은 작고 연약한 동물들과 착한 사람들, 바로 여러분들을 위해서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