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설정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만… 감상

대상작품: 뻐꾸기 살인사건 (작가: 유우주, 작품정보)
리뷰어: 소금달, 10월 9일, 조회 41

본의 아니게 제목이 상당히 도발적(?)인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만,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대로 놔 두겠습니다. ㅎㅎ

 

처음 작품 설명만 보았을 때는 전형적인 추리물일거라 짐작 했습니다. 주인공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낯선 이들과 고립된 공간에 갇히게 되죠. 그곳은 이미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외부와 단절된 그곳에 진범이 숨어있습니다.

흔히들 ‘클로즈드 서클’이라고 하는 닫힌 공간과 제한된 용의자 속에서 탐정은 그의 명민함을 무기로 진상을 파악한 후 모두를 모아놓고 진범을 밝히죠. 정의가 승리하고 혼돈과 공포와 무질서가 물러가며 세상은 다시 안정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런 기대를 보기 좋게 비틀어버립니다. 그래서 여러모로 웃음을 자아내게 되지요.

이렇듯 전통적인 추리 소설의 틀을 가볍게 빗나가는 이야기에, 처음에는 당황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황당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주인공 심리도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웠고요.

또한 전개가 이러하다보니- 추리소설 특유의 긴장감을 느끼기 어려워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러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주인공들에게 벌어진 일에선 독자로서 잔뜩 긴장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방금전까지 가졌던 생각에 대해서 반성했습니다.)

이렇게 재밌는 글에서 그런 긴장감을 조성해 낼 수 있다니, 작가님 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나 감탄도 했고요.

조금 아쉬웠던 점은, 제가 두 주인공 간의 서사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이 분들이 주인공인 다른 시리즈가 또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족으로, 소설 속 인물인 ‘추리 작가’야 말로 (작품 속 세계관에서) 정말 대단한 작가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후에도- 전혀 그럴 의지도 마음도 없었던 이들까지- 자기가 짜 놓은 판 안에서 떠맡게 된 역할에 충실하게 움직이게끔 하다니- 이건 죽은 공명이 산 사마의를 내쫓았다고 아니고, 이 정도면 살아있던 시절 내내 명성을 떨칠만도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작품 속 인물이지만) 이런 천재의 사망에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추리/스릴러’ 장르에선 매우 드물고 희귀한, 유쾌하고 즐겁고 웃긴 ‘코미디/유머’스러운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색다른 추리소설을 원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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