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던져진 심리문제지(?) <이토록 예술적인 자유의악마> 공모(비평)

대상작품: 이토록 예술적인 자유의악마 (작가: 장다겸, 작품정보)
리뷰어: 소나기s, 1일전, 조회 12

<이 글은 옳고그름을 따지는 오답노트가 아닙니다. 일개 독자의 주관적인 감상에 불과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토록 예술적인 자유의악마> 최근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당혹스러운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흔히 소설에 담긴 내용과 그 안에 담긴 의미에 휘둘리며 당혹감을 느끼곤 하는데, 이 소설은 그 안에 담긴 내용과 더불어 외적인 부분에서 당혹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거론하는 것이 힘들 정도였고, 주제적인 면에서도 그 깊이에 의문부호를 찍을 정도입니다. 아마 이 소설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 구절이 어떤 의미인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완성된 ‘소설’입니다. 리뷰 공모에 올려 감평을 요청한 것만 봐도, 작가 본인의 열정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응원을 던지며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것이 마땅하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리뷰 또한 그 한 걸음에 던지는 작은 응원이라고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이토록 예술적인 자유의악마>를 세 가지 부분에서 분석해보았습니다. 작품을 쓴 작가님도, 이 리뷰를 접하는 독자님들도 부디 잘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1) 줄거리

 

미리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 소설의 줄거리를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하자니 자신이 없습니다. 소설의 줄거리조차 이해 못 하면서 감평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로 느껴질 법 하나, 정말로 이 소설에는 줄기가 되는 사건들이 없기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건이 없다고? 이 말이야말로 철 지난 농담처럼 들리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이 소설에는 많은 장면들이 담겨 있습니다. 시작부터 추락에 가까운 화자의 모습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고, 그 뒤로 이어지는 가족과 친구들의 이야기는 전형적인 학창시절의 장면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간혹 악마라는 존재와 접하는 환상적인 장면이 어지럽게 등장하며 인상을 남기기도 합니다. 분량만 고려하자면, 이 소설은 물리적으로 단편에 충족하는 장면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이 많은 장면들을 관통하는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흔히 교과서에서 ‘중심사건’이라는 용어를 이렇게 설명하곤 합니다.

 

‘주인공이 직접적으로 갈등과 부딪히며 변화를 유도하는 사건’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떤가요? 그저 순간순간의 만남과 사고에 의해 행동할 뿐이며, 바깥으로 충돌하는 사건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를 휘두르는 것은 ‘예술’이라는 사변적인 소재와 더불어, 그녀의 배경으로 집중되는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내적갈등이 전부입니다.

 

주인공이 완성했다는 작품이 가히 ‘악마가 만들었다’고 칭할 만큼 격한 감정의 집합체라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작품을 완성시키기 위해 가는 과정에, 주인공의 능동적인 변화보다는, 그 주인공이 느꼈던 휘몰아치는 감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2) 주제

 

흔히 경험해보지 못 한 건 상상하기도 힘들다는 말을 관습적으로 사용합니다. 그 말이 전부 옳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무언가를 표현하는 과정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것만큼 구체화시킬 수 있는 대상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토록 예술적인 자유의악마> 또한 그런 경험에 의한 주제들이 엿보였습니다. 비록 이 작품이 난해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기는 하나, 어질러진 장면들을 하나하나 들춰내면 결국 ‘학생시절의 진로와 고민’이라는 무척 익숙한 줄기가 엿보이기 때문이죠.

 

저도 아이들(작중에 등장한 인물들보다 훨씬 어리지만)을 가르쳤던 입장에서, 이 주제들이 제법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작중의 주인공이 느끼는 부모에 대한 억압, 꿈에 대한 갈망, 그리고 본인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가치를 쫓아가고픈 모든 과정들이 여느 아이들에게 보였던 모습이었기 때문이죠. 어쩌면 누구나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그 시절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내용을 살펴봅시다. 작중의 주인공은 ‘나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언급하며, 지금 생활에 대한 불만족을 드러냅니다. 그런 주인공이 바라는 가치는 ‘예술’입니다. 다음과 같은 대사들은 그런 ‘예술’에 대한 찬가를 직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이토록 멋진 철학과 비판과 미를 누리지 못 하고 일을 하는 어른들이 불쌍하지 않아?”

“예술은 자유로워. 자유롭게 자신을 드러내고 있는 그대로가 최대한의 자신이지.”

 

오타와 비문을 조금 수정하긴 했지만, 실제로 작중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사실 ‘최대한의 자신’이라는 표현 또한 직역체의 비문에 가깝습니다.)

 

이 사변적인 대사들은 분명 한 가지 주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억압하는 존재이며, 이 억압이 가리고 있는 것은 예술이라는 목적지’라고 말이죠. 하지만 그 ‘예술’을 끝도 없이 찬가하면서도, 왜 그 예술의 가치가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설득이 부족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작가 본인에게 던지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같이 생각해볼까요?

 

정말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공부를 하면 억압이고,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은 자유일까요?

공부를 해서 취직을 하면 패배자가 되고, 그에 반하는 예술을 하면 승리자가 되나요?

왜 전자에 투자하는 노력은 패배고, 후자에 투자하는 노력은 승리인가요?

현실에 적응하는 어른들이 예술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머무르고 있는 걸까요? 정말 그럴까요?

 

이 주제가 옳다 그르다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이 주제에 대한 마땅한 설득을 갖추려면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한 ‘경험’이 그 대답입니다.

 

한 10년 후에 이 소설을 다시 들춰본다면 어떨까요? 분명 많은 것이 보이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3) 오타

 

사실 감평을 시도하면서, 오타에 대해 언급하는 걸 꺼리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비문과 오타는 작가의 실수에 의해 벌어지며, 그것이 내용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죠. 더욱이 오타 따위야 소설을 쓰고 본인이 읽어보기만 해도 쉽게 고칠 수 있는 얼룩에 가깝습니다. 요즘에는 오타와 비문을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이 많지 않았나요? 글쟁이의 실수를 고치자니 무척 좋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한해서는 아니었습니다. ‘오타’라는 부문을 따로 떼서 설명할 정도로 그 정도가 심했습니다. 보통 리뷰를 작성하며 어색한 문장이나 맞춤법을 몇 개 골라 예시를 들곤 하는데, 이 소설은 그것이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소설 전체에 차마 예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문과 오타가 난무하기 때문이죠. 당장 소설 제목부터 띄어쓰기가 틀리고도 아직까지 수정이 되지 않을 걸 보면, 작가분이 소설을 쓰고 읽어보지 않았다는 느낌도 강하게 듭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너무 많이 틀려서 언급하기 힘들고, 문장 하나만 가볍게 고쳐보도록 합시다.

 

“아버지란 존재는 속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

 

여기서 ‘대상’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어떤 일의 상대 또는 목표나 표적이 되는 것.

– 의식·감각·행동 등의 작용이 향하는 목표물.

 

무엇이 잘못 됐는지 보이나요?

 

이 구절에서 작가의 의도는 명확합니다. ‘아버지가 나를 속박하고 있다’는 뜻을 전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문장을 그대로 읽으면 어떤가요? 내가 아버지에게 속박당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속박을 당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용어의 잘못 된 쓰임새 때문에 정반대의 의미가 되어버린 셈이죠.

 

개인적으로 작품 내의 정돈되지 않은 문자들로 인해 ‘화자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만든 고의적인 오타일까?’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 오타와 비문에 규칙이 없는 것과 더불어, 굳이 오타가 필요 없는 작가 코멘트에서까지 비슷한 형식의 오타가 발견되는 걸로 봐선 의도된 망가짐은 아닌 듯했습니다. 더 나아가, 작가님이 쓰신 다른 작품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발견되는 걸로 봐선, 단순히 정돈되지 않은 글이라는 쪽에 확신이 생깁니다.

 

 

 

4)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활자 하나하나 훑어본 저로서는 알 수 있습니다. 작가가 이 소설에 얼마나 많은 애정과 노력을 들였는지 말이죠. 때문에 뜻밖의 혹평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분석심리학이라는 놀라운 분야를 소설로 접목시킨 시도를 무시하며 그저 표면적인 내용만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몰상식한 저를 비웃으셔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히 말씀드리자면,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분석심리학을 공부하고 책을 뒤져볼 독자가 얼마나 있을지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적어도 저는 아니니까요.

 

우선 작은 이야기부터 시작해봤으면 합니다. 평범한 여고생이 진로를 고민하며 꿈을 찾는 이야기는 어떨까요? 형태가 없는 예술을 쫓다가 추락해버린 광인이 아니라, 그저 창가에서 바람 한 번 쐬며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여고생을 그려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시시해보일지도 모르는 그런 이야기요.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지금 이 형태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멋진 작품을 보여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집필하실 작품들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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