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리뷰가 없는 거죠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피드스루 (작가: 노말시티, 작품정보)
리뷰어: 캣닙, 19년 4월, 조회 86

그래서 제가 쓰겠습니다.

 

*스포 있습니다.

 

 

 

 

 

글을 끝까지 읽고 느낀 점은 우선 호쾌함이었다. 주연 보정 빨 부녀의 등쌀에 중반부터 희생된 엔진은 좀 가엾지만 그래도 대신 마리가 활약했으니 등가교환이라 생각하자. 농담이 아니라, 이 작품이 이제 익숙해진 장르와 소재로 재미의 허를 제대로 찌른 부분이 바로 마리였으니까.

보통 사이파이와 그 하위 카테고리 사이버 펑크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영혼에 의문을 품거나 심지어 영혼 무용론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지만 선택과 자유, 그리고 그걸 관철하는 인간 의지에 대해 제대로 조명하고 가치를 되돌아볼 수 있다는 아이러니 때문이다. 처음부터 영혼과 그걸 창조한 신의 은총으로 모든 가치가 정해진다면 인간이 이룩한 선과 악의 구분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물론 이런 주제야 고전 문학에서도 많이 다뤄왔지만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 기계에 역으로 먹혀버리는 인간성이야말로 이쪽에서만이 다룰 수 있는 소재이기에 특별하다.

마리는 본래 나약한 인간이 아니었지만 고작 총알 세 발에 머리만 남아버리고 한없이 무력해져 버린다. 여기서 인간의 정신은 결국 육체와 환경에 속박된다는 장르적 테마가 잘 드러난다. 동시에 아버지로서 딸을 희망 하나로 놓지 않고 지키긴 하나 정신적으로 서서히 무너져가는 딘 또한 마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창창한 미래를 그렸던 부녀는 이제 피드스루라는 도구 기술의 부품으로 전락해 좀먹히는 상황이다.

차라리 피드스루가 없었다면 마리는 죽고 딘은 복수귀가 되었을 테지만 디스토피아답게 인간성을 상실한 법과 기술이 족쇄가 된다. 때문에 자유를 누리며 히어로로서 활약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은 바로 엔진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었다면 작품은 밋밋해졌으리라.

엔진의 강인한 육체를 얻은 마리가 복수극을 펼치는 모습은 육체에 지배되는 동시에 환경을 극복하는 정신을 지닌 인간의 모순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마리가 그저 상황에 낙담해 7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었다면 엔진의 의체를 얻었다 한들 방구석을 벗어나지 못했을 테니까. 그래서 마리의 활약은 그 자체로 극적인 긴장감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범죄 희생자가 고통을 자양분 삼아 복수에 성공하는 클리셰는 여기서도 배신을 하지 않는다.

악역 역시 짧은 분량 안에 훌륭한 지능 트릭을 펼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법의 틈새에 숨어 인간을 부품으로 사고파는 캐릭터 역시 하나의 전형이긴 하나 마리와 딘을 궁지에 몰아붙이고 진실이 드러나기까지의 흐름이 훌륭한 액션 표현과 함께 스피디하게 이뤄지기에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역전의 기회가 키퍼슨이 제공한 행운으로만 이뤄졌고 악역의 대사 처리가 진부했다는 점이 살짝 아쉽다.

이 작품은 단편보다는 트릴로지 정도의 중단편이 더 어울리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마리와 딘의 가족애와 정신적인 흔들림과 갈등, 이를 극복해낸 의지가 약간 더 길게 다뤄졌다면 좀 더 매끄럽지 않았을까. 동시에 길게 다뤄도 쉽지 않은 소재와 스토리를 단편에 충실히 구현한 작품이기도 하다.

재추천되는 작품은 그럴만하기에 계속해서 읽히게 됨을 보여주는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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