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일어난 일과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음에도 벌어지는 간극 중 어떤 것이 더 마음의 무게를 더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 작품이었다. 천선란 작가의 글은 도리스 레싱의 글을 읽을 때처럼 ‘불편한 미묘함’이 있다. 싫은 의미의 불편함이 아니라 주인공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의 불편함이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느껴지게 만든다. 한 인물에 대해 카메라를 마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인물들의 심리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미우는 첫째 딸 세나와 둘째 리한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일과 육아를 전담해야 하다 보니 마치 수퍼우먼과 같이 생활해야 하지만 유순한 첫째 딸 세나와 달리 둘째인 리한과는 처음부터 뒤틀리기 시작한다. 딸을 키우는 것과 아들을 키우는 것부터 차이가 컸지만 첫째를 낳을 때 쏟던 남편의 애정과 배려가 둘째 때 부터는 상실되었기 때문이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한 사람에게 오롯하게 의지하다 보니 한 사람이 갖는 무게의 중량은 커졌고, 그것을 미우는 남편이 아닌 어린 딸 세나에게 의지한다. 엄마는 위대하다고 하지만 한 사람이 겪는 일과가 고되게 느껴져 미우라는 인물에 공감을 많이 했다.
그러던 중 13개월 리한에게 큰 일이 닥치는 일이 발생한다. 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모두가 아비규환이지만 모두에게 갖는 상황적 미묘함이 이전부터 감지되어 왔다는 것을 우리는 처음부터 알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읽는 내내 시선을 끌어 당기는 재미와 몰입감이 높은 글이었다. 무엇보다 한 명, 한 명에게 포커스를 던지며 이야기를 끌어내는 점이 이야기를 더 깊이 끌어당긴다.
무엇보다 가장 크게 끌어당기는 것은 미우에게 가장 버팀목으로 작용하는 딸 세나였다. 미우의 시선으로는 알 수 없었던 일곱살 어린 아이가 갖는 마음의 이야기를.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칼로 단면을 베어놓는 것처럼 한 순간도 그들의 이야기를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각각의 인물들을 배치하면서 마지막 세나의 짧은 글이 계속 이 작품을 잡아 끌어 당기는 것처럼 공감과 슬픔이 오롯하게 몰아치는 글이었다. 제목과 다른 분위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