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의 재미에 매달리는 사람들 비평

대상작품: 동굴 속 (작가: 위래, 작품정보)
리뷰어: 샤유, 17년 3월, 조회 106

위래의 [동굴 속]은 잘 쓰인 판타지/스릴러 단편입니다. 퍼즐 미스터리처럼 세심하게 배치된 소도구들이 미심쩍은 요소들을 증폭시키며 긴장감을 높이죠. 이게 단방향적인 미스터리라면 몰라도, 쌍방향적인 면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재미는 더해지는 편입니다. 이후 극은 계속해서 서스펜스를 증폭시키는 대신에 거기서 나올 수 있는 가능성들을 탐색합니다. 그것들은 모두 진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의문을 가졌던 점은 상황을 꽤나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마지막이 되기 전에는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후반부, 어두운 동굴을 탐사하는 남자는 여자의 발을 밟고 나서야 생각났다는 듯 횃불을 만들어 들고 온다는 솔루션을 떠올립니다. 극이 가질 수 있었던 모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재미가 소진된 다음에 말이에요.

만약 횃불을 만들어 동굴 안으로 떨어뜨려 본다면 그 안에 있는 것이 괴물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혹은, 그 상황에서 습격이 올 가능성을 생각하면 횃불의 재료를 만들어서 여자에게 던져줄 수도 있을 거고요. 여자에겐 폭약이 있고, 폭약에 불을 붙일 수 있으므로, 횃불에도 불을 붙일 수 있겠죠. 결국, 남자와 여자가 모두 하나씩의 또 다른 솔루션을 가지고 있는 셈이네요.

하지만 그들은 단번에 모든 가능성을 소진시켜버릴 수 있는 이 선택지를 고르지 않습니다. 저는 여기서 그들이 이 ‘가능성’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한 사람은 도덕적 딜레마에, 한 사람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그것을 유지하고자 하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저는 알 수 없죠. 다만 저는, 그게 재밌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단지 재미를 위해서 일부러 그 가능성을 소진시킬 솔루션을 피해가는 겁니다. 등장인물들은 평소에 농담을 즐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도 그렇게까지 굴 수 있는 거죠.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조금 갑갑하기도 하지만, 다행이도 [동굴 속]은 그리 긴 글은 아닙니다.

모든 가능성들이 탐색되고 난 마무리에서조차 두 사람은 남자의 ‘동기’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마음은 그렇게 명확한 것은 아니기에, 남자가 꺼낸 이야기들은 모두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겠죠. 명확한 해답은 없고, 가능성은 언제나 남아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좋은 친구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두 사람 사이에는 수많은 재미가 남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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