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리뷰는 순수한 감상이며
작품을 먼저 읽어야 함을, 스포일러가 포함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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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은 작가의 초기작인 손은 사랑에 대한 집착의 이야기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어렵지 않다.
뭔가가 자신의 몸을 더듬었다. 윤주는 남편인 세현인 줄 알았지만 세현은 그런 적이 없었고, 손자국들을 본 둘은 병원에 가 진찰을 받지만 이미 흔적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렇게 지나간 오후, 누군가 집에 침입한다.
얼핏 보면 단순하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집착에 대한 작가의 심리와 풍자가 보인다.
기반은 뒤틀린 사랑에 대한 집착의 이야기다.
그중 주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뒤틀린 욕정, 즉 에로스 (Eros)
반전을 주는 보조적 소재는 뒤틀린 모성애, 즉 아가페 (Agape)
윤주를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정수라는 인물과 그 정수의 어머니인 여희 여사 둘로 각각 뒤틀린 사랑을 보여준다. 정수는 토막 난 시체로 발견됐으나, 그 소식을 들은 윤주나 친구는 별다른 감흥이 없다. 기억 속에서 철저히 배제된 인물이다. 그러나 윤주는 그가 어릴 적 자신을 몰래 훔쳐보거나 한 기억만은 생생한데, 그것은 정수의 어머니인 여희 여사가 윤주를 지목하며 자신의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냐며 대화를 건넸을 때 그 위압감이 원인이다.
윤주의 몸을 더듬던 건 정수의 토막난 손이었고, 끝까지 욕정을 버리지 못하고 죽어서도 다시 찾아왔다. 뒤틀린 짝사랑이다. 여희 여사가 윤주의 남편을 해치우고 윤주마저 죽이는 마지막 결말은 뒤틀린 모성애다. 이것을 현실에 대입해보면, 정수의 행동은 짝사랑이 기괴하게 비틀려버린 범죄인 스토킹인 셈인데, 항거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공포를 손이 윤주를 덮치는 장면에서 잘 보여준다. 작가가 공들여 표현한 잘린 두 손의 끔찍함은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여타의 현실을 비꼬는 것과도 같아 보인다.
정수의 어머니인 여희 여사는 또 어떤가? 삐뚤어진 과한 자식 사랑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자식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아들의 원통함을 풀기 위해 아무 죄 없는 윤주와 그녀의 남편을 죽이는 행동은 악독하기 그지없다. 이런 어머니 밑에서 정상적인 생각으로 자라나는 자식은 없다. 최근 공공연히 뉴스화되는 잘못 된 어미의 사랑을 교묘하게 풍자한 것이다.
초반 시체가 발견되는 시작 부분이 좋았다. 뒤 내용의 흥미를 끌게 만드는, 일종의 충격 요법인 셈인데, 효과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정수가 왜 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작가도 그 부분은 과감히 드러내며 언급 안 하는 것도 좋다. 주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이 훌륭하다.
단, 윤주의 남편인 세현이라는 인물은 큰 의미가 없는 부수적인 존재 같았다. 굳이 없어도 되는. 그러나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인물이라 작품 흐름에 영향을 주지는 않기에 이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잘 읽었습니다.